일제강점기에 일본에 건너갔다가 2007년 3월 환수 문화재로 돌아온 백자달항아리(높이 48.2㎝×지름 50㎝). 개인소장.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건너갔다가 2007년 3월 환수 문화재로 돌아온 백자달항아리(높이 48.2㎝×지름 50㎝). 개인소장.
1960년대에 제작된 김환기의 산월(72.7㎝×100㎝). 달항아리의 둥근 선을 연상시키는 짙푸른 달이 산 위에 떠 있다. 개인소장.
1960년대에 제작된 김환기의 산월(72.7㎝×100㎝). 달항아리의 둥근 선을 연상시키는 짙푸른 달이 산 위에 떠 있다. 개인소장.


- ‘한국미술사의 절정’展 기획 이태호 교수
정선의 3大 명작 ‘박연폭포’
이중섭·박수근 작품도 전시
‘300년의 한국美’연결 한눈에


“고대나 중세 미술은 제의적이거나 종교적이고 왕족 의존적이었다면 18∼20세기는 중세를 벗고 근대문화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빛을 발휘하며 ‘한국미술사의 절정’을 이루는 시기입니다. 300년에 이르는 이 기간 동안 백자 달항아리가 만들어졌고, 정선, 김홍도,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미술사를 빛낸 거장들이 등장했습니다. 정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 지난 40년의 미술사 이력을 영광스러운 기획전으로 드러내게 돼 감개가 무량합니다.”

유홍준·윤용이 교수와 함께 명지대 미술사학과 ‘스타 교수 3총사’로 꼽히는 이태호(사진) 교수, 이달 정년을 앞두고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정리해 보여주는 ‘한국미술사의 절정’ 전을 기획했다.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달항아리부터 겸재 정선(1676∼1759), 단원 김홍도(1745∼1806), 이중섭(1916∼1956), 박수근(1914∼1965), 김환기(1913∼1974) 등 다섯 거장의 작품 16점이 전시된다. 모두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이다. 16점의 총 보험가액도 400억 원에 달한다

작품선정과 관련 이 교수는 “수화 김환기로 완성된 한국미의 정체성이 300년 전 백자 달항아리의 조선미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이 같은 사실은 김환기가 그토록 조선백자를 사랑해 자기 예술의 멘토로 삼았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 조선말기와 일제강점기라는 한국미술사의 커다란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여러 혼란한 상황을 이겨내고 1950∼1970년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가 우리 전통미를 근간으로 ‘제2의 황금기’를 일궈냈다는 사실을 전시는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전시되는 달항아리 두 점 중 한 점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2007년 3월 국내로 돌아오면서 이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유백색 표면에 균형 잡힌 몸매가 돋보인다. ‘금강산도’ ‘인왕제색도’와 함께 정선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박연폭도’도 볼 수 있다. 개성의 박연폭포를 담은 그림으로 2005년 학고재 ‘조선후기 그림의 기(氣)와 세(勢)’전 이후 12년 만에 다시 공개되는 것이다. 임희지의 대나무 그림 아래에 김홍도가 호랑이를 그려 넣은 ‘죽하맹호도’도 전시된다.

이중섭이 담뱃갑 은종이에 그린 은지화(銀紙畵) ‘다섯 아이들’ ‘여섯 아이들’과 유화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 한 점, 박수근의 유화 ‘산동네’ ‘독서하는 소녀’ ‘여인’ ‘초가집’도 관람객들을 맞는다.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 전시에서 관람객이 이중섭의 대표작 1위로 꼽을 정도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산 위에 뜬 짙푸른 달이 달항아리의 자태를 연상케 하는 유화 ‘산월’과 점화인 1969∼1974년 작 ‘무제’ 4점이 선보인다.

“달항아리 시대부터 김환기 시대까지 추구했던 조선미야말로 한국미의 꽃이자 중심인 만큼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 300년 전체를 대표하는 최대 라이벌은 백자 달항아리 도공과 김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외 옥션에서도 김환기 그림은 63억 원(2016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 백자철화용무늬항아리는 841만7500달러(약 100억 원·1996년 10월 크리스티 경매)이라는 초고가에 거래돼 가격 측면에서도 둘은 상승세를 타며 경쟁 중입니다. 두 라이벌의 경쟁이야말로 우리 ‘한국미술사 최고의 절정’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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