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찬 시집 ‘첫눈은 혁명처럼’

등단 24년의 송종찬(51) 시인이 새 시집 ‘첫눈은 혁명처럼’(문예중앙·사진)을 내놨다. 생애 세 번째 시집이자 이전 작품집에 이어 10년 만의 노작(勞作)이다. 24년간 3권이면 과작(寡作)이다. 그만큼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고 할 수 있다.

첫 시집 ‘그리운 막차’가 나온 1999년은 밀레니엄을 앞두고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기였다. 거대담론과 민주화운동의 후폭풍에 이어 새로운 변화가 요구됐다. 그러나 시인은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애썼다. 두 번째 시집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가 발표된 2007년은 감각의 시기였다. 하지만 시인은 그것에서 한 발 떨어져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송 시인은 진정성과 구체성이라는 평소 시론을 유지하고 있다. 그때그때 유행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순수, 사랑, 평화 등 근원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국적 공간이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총 65편 중 1부에 실린 30편의 배경이 러시아인 게 그렇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송 시인은 2011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모스크바에 머물렀다. 평소 하는 일과 글쓰기를 겸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송 시인은 혹한의 시베리아, 톨스토이의 생가 등을 다녀오면서 느낀 감상을 시로 옮겼다. 그중에서도 ‘눈의 묵시록’은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눈이 따스한 것은/ 모든 것을 다 태웠기 때문/ 눈이 빛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기 때문/(…)/ 갈 데까지 간 사랑은 아름답다/ 흔적이 없다”

송 시인은 “러시아 생활이 많은 자극을 줬다. 다만 옛 소련의 그림자가 드리운 러시아를 보다 보니 사용한 단어들이 좀 강렬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부의 ‘국도 1호선’도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르는 국경지대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이국적이고 예리하다. 그러나 “이름만 들어도 살내음 고운 그대/ 그날이 오면 한달음에 오시라”라는 시구에서 보이듯 통일에 대한 보편적 염원을 담고 있다.

송 시인은 “만주와 연해주를 다니면서 우리의 국경지대를 보니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어서 통일돼서 국경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눈처럼 깨끗하고 순결하고 계산적이지 않은 시를 쓰고 싶고, 아낌없이 나눠주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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