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포퓰리즘에 우려 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해온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61) 전 외교장관이 독일의 12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날 독일 대통령 선거 현장에서는 유럽과 독일에 공세 수위를 높여온 트럼프 대통령을 경계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12일 도이치벨레와 빌트 등에 따르면 이날 독일 연방 총회의 대선 투표에서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의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 소속의 슈타인마이어 전 장관이 대통령으로 뽑혔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지지를 받은 슈타인마이어 전 장관은 1차 투표에서 75.1%의 지지를 얻어 나머지 4명 후보를 눌렀다. 총리가 실권을 지니는 독일에서 대통령은 국가수반이라는 상징적 권한을 갖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당선자는 수락 연설에서 “세계의 민주적 제도들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독일이 희망의 지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여러 곳에서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독일)는 안정이 무너지지 않게 받치고, 더욱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세계 다른 나라의 모범이 돼야 한다”면서 “이곳(독일)의 모든 일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독일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국가에 용기를 북돋워야 한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당선자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독일 등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세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추가 탈퇴 종용,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 독일 환율 조작론 등에 대해서도 대응하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증오 설교자”라고 비난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미국의 외교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1975년 사민당에 입당한 슈타인마이어 당선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 정치 역정을 함께 해왔다. 그는 1993년 니더작센주 총리였던 슈뢰더 전 총리와 연을 맺었으며, 슈뢰더 전 총리가 연방 총리가 되자 1999년 총리실 실장에 임명됐다. 2005년 기민-기사당 연합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외교장관을 맡았다. 2009년 총선 때 사민당 소속 총리 후보로 선출돼 메르켈 총리에게 도전했으나 의석수를 76석이나 잃으며 패배했다.
한편 이날 기민당 소속의 노르베르트 람메르트(69) 하원의장은 대선 투표 전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세계를 향한 개방 대신 배척을 주장하며 담을 쌓으려 하고, 자유무역 대신 보호주의를 내세우고, 국가 간 협력보다는 고립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면서 “‘우리가 우선’이라는 프로그램을 주장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한다고 놀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람메르트 의장의 트럼프 대통령 비판 발언에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고 빌트는 전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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