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공장 등 규제 개선하면
일자리 16만개 창출 가능 분석
판교밸리 2015년 9804명 채용
‘일자리 質’ 개선도 중요한 문제
기업들도 출산·육아 배려 확산
지난해 전체 실업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악의 고용 실적이 나오자 정부가 몹시 다급해졌다. 더욱이 올해 경제 성장률은 2% 중·초반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고용 실적 역시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최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추진 방향’을 의결한 것도 이러한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무원 4만2000명, 공공기관 2만 명 등 공공부문 6만2000명 조기 채용 이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고용 실적이 최악이니 우선 공공 부문을 활용해 ‘취업자 머릿수’를 채우겠다는 발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고용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판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팀장은 14일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려 하기보다는 기업이 직원을 뽑을 수 있게 보완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규제 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판 만들기의 대표 격은 규제 완화다.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고용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규제 개혁이 필요한 7대 갈라파고스 규제(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거나 특히 우리나라에서 강화된 규제) 중 수도권 규제만 개선해도 11조4700억 원의 경제효과와 1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장 등 수도권 인구 집중 유발시설의 신·증설에 대한 규제만 줄어들더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로 탄생한 경기도의 판교테크노밸리는 지난 2015년 약 70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9804명을 신규 채용해 규제 완화의 고용 효과를 입증했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좋은 성과를 거두자 고양시나 성남시 등 수도권 내 다른 지역도 비슷한 형태의 규제 완화 지역을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해외에서도 규제 완화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증명되고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행정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사회 자본에 대한 투자에 주력했는데 이 기간 미국 내 실업률은 6.90%에서 3.99%까지 하락했다. 독일 또한 2003년 기업의 고용 요건을 완화하는 ‘하르츠법’을 도입한 결과 2005년 11.7%였던 실업률이 2년 뒤 9%까지 떨어졌다.
정부의 역할은 또 있다.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지만 정부도 전반적인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해 힘을 써야 기업들도 이에 자극받아 실행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파견 근로자 직접 고용과 정규직 전환,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산, 서비스업 선진화, 근로형태 다양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가정 양립형 고용 등은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정부, 기업, 근로자 등이 함께 타협을 이루면서 이뤄나가야 할 장기적 과제다.
특히 정부가 신경 써야 할 곳은 중소기업 분야다. 중소기업 일자리 질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 노동환경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용창출을 꾸준히 해 나가는 중소기업에 마일리지를 쌓아주고 세제 지원, 금융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마일리지제, 중소기업에 취업한 뒤 대기업으로 이동할 경우 양쪽에 모두 가산점을 부여하는 중소기업 우대형 가산점 제도 등 중소기업 고용창출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들도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 롯데그룹 등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육아·출산 휴가 기간 확대, 근무시간 단축 등이 자발적 차원에서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이 일자리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우·유회경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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