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는 공약남발 말고 큰그림
디테일은 전문가 등에 맡겨야”
복지·안보 등 보수정권 포용
민주당 후보들과 다른 ‘소신’
세종시 수도이전 실효성 논란
‘대연정’ 야권내부서 반발불러
안희정 충남지사는 여야 대선주자 중 지금까지 펼쳐 놓은 공약 수가 가장 적고, 내용도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안 지사의 태도는 오히려 당당하다. 그는 지난 1월 24일 세종시 발전 정책토론회에서 “정치 지도자는 ‘디테일(세부 공약)’에 대한 약속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신 (큰 틀의) 방향과 가치 그리고 원칙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테일은 ‘큰 그림’ 안에서 중앙당과 각 분야 전문가, 시민의 의견을 청취해 보완해 가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대선 행보 속에서 “일자리 몇 개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수치를 내놓기보다 지방분권, 대연정, 약자 중심 복지 등 ‘그랜드 플랜’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본선에 참여하게 될 경우 준비가 부족한 후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요한 분야의 정책에 대해서는 학습과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국회도 세종시로”= 세종시로의 완전한 수도 이전은 지방 분권에 대한 안 지사의 의지를 담아낸 핵심 공약이다. 안 지사는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 등을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게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은 20세기의 낡은 국가 운영체제” “‘인 서울(In Seoul)’이 아니면 ‘루저(패배자)’가 되는 촌스러운 대한민국” 등 ‘서울 편중, 지방 소외’에 관해서 만큼은 안 지사의 발언이 유독 거친 편이다. 그는 대통령과 광역자치단체장이 정례적으로 국정을 협의하도록 ‘중앙·지방정부 지도자회의’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의 경우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났다. 안 지사는 “개헌으로 푸는 방법과 (당시 결정의 근거가 된) 관습헌법의 재해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약의 실효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 준 대연정”= 대연정은 안 지사의 정책 구상 중 가장 논쟁적인 사안이다. 안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한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며 자신은 외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원내 다수파라도 “개혁 과제에 합의한다면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의회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안 지사의 소신을 담은 발언이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야권 내부에서 적폐 청산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만큼 논란이 일었다. 그는 “과거의 적폐를 덮고 가자는 것도 아니고, 자유한국당을 용서하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안 지사는 “개혁과 통합을 위해 대연정까지도 하겠다는 의미”라며 “대연정이 될지 소연정이 될지는 국민과 정치권의 논의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연정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김능구 e윈컴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이 없는 상황에서는 협치를 잘해 가면 되는 것”이라며 “대연정은 의원내각제에서나 있는 얘기”라고 했다.
◇복지는 약자 우선, 좋은 정책은 보수정권 것도 계승 = 안 지사는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세금을 나눠 주는 복지는 답이 아니라고 밝혔다. 근로 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복지 서비스는 근로 능력이 없는 노인, 아동, 장애인 등에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출산·육아 휴직 급여 인상, 직장·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아동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의 공약을 내놨다. 그는 경제 정책과 관련해 “지난 여섯 명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도 선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지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비판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정부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존 야권 주자들과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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