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수익의 대부분 해외본사로
251억 번 버버리는 ‘1700만원’
루이비통, 매출 내역 공개 안해
국내에서 수십억,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사회 환원은 아예 하지 않거나 요식행위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고가 브랜드 회사는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을 배당금 명목으로 해외 본사로 가져가 한국 시장을 ‘이익금 창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지사를 두고 영업 중인 다수 해외 고가 브랜드의 국내 기부금 수준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향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불가리코리아는 지난 2015년 국내에서만 125억3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 회사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기부금’ 항목 자체가 없다.
불가리코리아는 2014년에는 당기순이익의 73%인 70억 원을 그대로 배당금으로 설정해 주주에게 지급했다. 불가리코리아는 이탈리아의 불가리 본사가 지분을 100% 소유, 사실상 한국 시장을 ‘현금인출기’처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메가 등 유명 시계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하면서 2015년 영업이익 193억1000만 원을 기록한 스와치그룹코리아도 기부금 항목이 아예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2014년 주당 273.1%라는 높은 배당률을 설정해 액면 금액이 5000원인 주식 1주당 1만3655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역시 당기순이익의 59.9%를 이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스위스의 스와치그룹 본사가 가져갔다.
기부금 항목이 표기된 다른 브랜드도 국내 사회공헌에 소홀했다. 버버리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국내에서 251억3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기부금은 약 1700만 원에 그쳤다. 비율로 따지면 0.0007%로 요식행위 수준이다.
페라가모코리아도 2015년 67억4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도 기부액은 1000만 원에 불과했다. 2015년 매출 10조 원을 넘은 국내 대기업 23곳이 지난해 낸 기부금은 영업이익 대비 평균 1.66% 수준이었다.
루이비통(LVMH)코리아 등 일부 브랜드의 경우에는 매년 사회공헌 논란이 불거지자 아예 유한회사로 전환해 기부금이나 매출액 등 내역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폐쇄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고가 브랜드에 대한 강한 소구력을 악용한 고가 브랜드 회사들이 한국에서 유독 사회공헌 활동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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