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으로 시작해 주연으로 성장하며 부정적인 기운과 긍정의 감정을 모두 경험했죠.”
17년 동안 다양한 영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 정우(사진)의 힘은 인내심이다. 열아홉 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의욕만 가지고 오디션에 나선 그는 오랜 시간 단역으로 버티다가 조연을 거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바람’(2009년)에서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후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극을 하고 싶었지만 무작정 극단을 찾아갈 용기가 없어서 막연하게 잡지에 난 공고를 보고 오디션을 봐 연기를 시작했다”며 “점차 배역이 커졌고, 어느 순간 배우가 내 직업이 돼 있었지만 뒷걸음질 쳐야 하는 상황도 겪었다. 어떤 직업이든 우여곡절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배우의 꿈을 계속 키워왔다”고 말했다.
‘쎄시봉’ ‘히말라야’(이상 2015년) 등을 거치며 확고한 주연으로 자리 잡은 그는 예능 프로그램(꽃보다 청춘)에도 나서며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그러면서 배역의 사회적 지위도 상승했다. 처음에는 주로 건달 역을 도맡아 오다가 의사(응답하라 1994), 가수(쎄시봉), 산악인(히말라야)을 거쳐 이번에는 변호사로 나섰다. 지난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소재로,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자와 그의 누명을 벗겨주려 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재심’(감독 김태윤·15일 개봉)에서다.
정우가 맡은 준영 역은 돈만 밝히는 속물 변호사지만 경찰의 강압수사와 권력을 좇는 검사의 묵인으로 희생된 현우(강하늘)의 안타까운 상황에 연민을 느끼며 정의로운 인물로 변해간다. 정우는 “‘자 이제부터 변할 거야’라고 외치는 건 유치하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감정이 쌓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며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다가 다시 흔들리고, 그러면서 상처가 있는 한 사람을 올곧이 믿는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정우는 자신의 장점으로 “돌아볼 줄 아는 것”을 꼽았다. 그는 “매 작품 아쉬움이 남는다. 또 지금도 넓게 보지 못하고, 불필요한 욕심도 내게 된다”며 “하지만 매번 반성을 하고 다음에는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럴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배우 김유미와 결혼한 그는 12월에는 예쁜 딸도 얻었다. 그는 “하고 싶은 걸 조금 포기하면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는 게 결혼인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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