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26일)을 앞두고 후보작들의 국내 개봉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최다인 14개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 독특한 형식의 공상과학(SF)물 ‘컨택트’, 실화를 바탕으로 한 ‘라이언’과 ‘재키’ 등이 상영 중이고,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문라이트’ ‘핵소 고지’ ‘사일런스’ ‘히든피겨스’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중 할리우드 톱스타 맷 데이먼이 제작한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브래드 피트가 만든 ‘문라이트’의 국내 흥행 맞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본’ 시리즈 등을 통해 액션 스타로 자리매김한 데이먼이 제작에 나선 이유는 흥행 성공보다는 작품성에 대한 목마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박스오피스는 내가 하는 일의 비즈니스적인 차원이지 부담감을 느껴야 할 짐이 아니다”라며 “내가 보고 싶고 찍으면서 행복해할 영화를 찾아다니는 것이 흥행할 영화를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 국내 개봉하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바로 데이먼이 행복해할 영화다. 배우 겸 제작자인 존 크래신스키와 함께 이야기의 뼈대를 잡은 그는 이 영화에 대해 “마음속 깊은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라며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반드시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삶의 의욕을 잃고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던 한 남자가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 힘겹게 묻어뒀던 과거를 정리한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제목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가족을 잃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상실감에 빠져 슬픔과 분노, 죄책감이 뒤엉킨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살을 베이는 듯한 공감을 전한다. 그러면서 “어떤 아픔도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던져준다. 데이먼은 당초 이 영화의 연출과 주연도 맡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마션’의 일정과 겹치며 각본을 쓴 케네스 로너건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고, 자신의 절친인 벤 애플렉의 동생 케이시 애플렉에게 주인공 리 챈들러 역을 넘겼다. 데이먼은 “제작자로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주연과 연출을 교체한 것”이라고 말하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에 대해 “그의 연기 중 단연 최고”라며 “그가 아니면 맡을 수 없는 역할”이라고 칭찬했다. 케이시 애플렉은 이 영화로 올해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피트가 제작한 영화 ‘문라이트’도 22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피트는 이미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제작한 ‘디파티드’와 ‘노예12년’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주로 대작 상업영화에 출연해온 피트는 자신이 제작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복잡하고, 심오하고, 어려운 작품을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연극 ‘달빛 아래에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바탕으로, ‘멜랑콜리의 묘약’으로 데뷔한 베리 젠킨스 감독이 연출한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흑인 소년이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3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영화는 몸집이 왜소해 ‘리틀’로 불리며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소년이 혼란과 고통을 겪으며 자신의 이름인 ‘샤이론’을 찾아가고, 늠름한 청년 ‘블랙’으로 성장해가는 20년의 시간을 담았다. 주인공 샤이론 역은 알렉스 히버트(소년)와 애슈턴 샌더스(청년), 트래반트 로즈(장년) 등 세 명의 배우가 이어서 맡았다. 하지만 한 명이 실제로 커가며 연기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한다.
이 영화는 피트의 대표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어느 정도 닮아 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시간 흐름 속에서 방황하면서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내는 한 남자의 인생과 사랑을 그린 이 영화처럼 ‘문라이트’도 인생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분장과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을 오롯이 연기해낸 피트의 눈썰미로 억눌려 침울해진 표정이 한 사람의 그것처럼 느껴지는 세 명의 배우를 캐스팅했을 거라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문라이트’는 올해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맨체스터 바이 더 씨’도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두 영화의 시상 결과가 국내 흥행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