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중순으로 접어드니, 낮에 언뜻언뜻 고개를 내미는 햇빛이 한결 온화하다. 아이들이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어디론가 바람 쐬러 다녀오고 싶은데, 일상의 일들로 떠나는 것이 녹록지 않다면 여행지의 음식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에 젖어들 수 있다.
내가 남해에서 나서 자랐고, 아내가 포항 사람인지라 우리 부부는 다른 사람들보다 바다를 찾는 횟수가 아무래도 많을 수밖에 없다. ‘바다’는 나의 정서의 근간이자 마음의 쉼터로 바다가 주는 편안함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 이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바다를 즐겨 찾는데, 그때마다 꼭 빼놓지 않고 맛보는 메뉴가 있다. 바로 입맛 도는 매콤달콤 물회다.
나는 물론, 아내 역시 물회를 좋아하는 편이라 처갓집인 포항에 내려가면 빠지지 않고 물회로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서 먹어보곤 한다. 먹고 나오는 길에는 근처 바닷가 시장에 들러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사 다시 물회를 만들어서 먹는다. 해산물을 푸짐하게 넣으면 간단하게 만들어도 그 맛이 좋다.
예전에 고향에서 배를 타고 낚시를 나간 적이 있다. 파도 때문에 움직이는 배 위에서 조리를 한다는 게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배에 항상 김치와 초고추장은 실어 놓는다는 선장님의 말씀에 바로 잡은 생선으로 배가 고프다는 친구들을 위해 물회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그리고 바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먹거리로 왜 물회가 만들어졌는지도 이해가 갔다.
물회는 속초와 포항 지역에서 특히 많이 발달했다. 속초식 물회는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육수를 중요시한다. 사골 육수를 이용하는 곳도 있고 채소 육수를 이용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포항 물회 역시 속초식 물회하고 근본적인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위에 올리는 해산물의 종류가 조금 달라지거나 새콤달콤한 정도의 차이 혹은 곁들임 채소 등을 달리해 집집마다 특색을 더한다.
제주 물회의 경우는 속초와 포항의 물회와는 조금 다르다. 물회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은 크게 고추장과 된장으로 나뉘는데, 동해 지역은 주로 고추장을 사용한다면 제주 지역은 된장을 이용한다. 제주에서는 나물무침이나 국, 조림 등에도 된장이 양념의 기본이 되는데, 밭농사 위주의 제주에서 콩 농사를 많이 지었기 때문인 듯 싶다.
‘제주 물회’ 중에는 특히 제주의 특산물인 자리돔을 활용한 ‘자리 물회’가 별미다. 자리돔을 손질할 때 뼈가 부드러워지도록 생선을 식초에 재웠다가 사용하며, 비린내 제거를 위해 된장과 제피잎(제주에서 향신료로 많이 쓰이는 잎)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에서는 자리 물회를 최고로 치지만, 나는 여러 가지 생선이 들어가는 ‘막 물회’도 꽤 좋아한다. 다양한 맛의 생선이 들어가 섞이면서 생선 특유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기분도 느껴볼 겸, 이번에는 제주도 된장 육수를 바탕으로 제주식 물회를 소개할까 한다. 구하기 어려운 자리돔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치와 새우, 전복과 채소를 재료로 했으며 회를 좋아하지 않는 가족이나 아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살짝 데쳐서 사용했다. 물론 회를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가자미, 광어, 우럭, 도미 등의 회를 떠와서 함께 넣어 먹어도 금상첨화다.
된장을 기본 양념으로 한 제주식 물회로 제주의 맛을 식탁에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지에서 설레며 맛보던 그 물회의 맛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구현해 낼 수 있다. 자극이 없고, 감칠맛이 살아있는 된장 육수는 신선한 해산물 및 채소와 천상의 궁합을 이룬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3인분 기준)
한치 1마리, 전복 1마리, 새우 2마리, 물미역 반줌, 양파·오이 1/4개, 당근·대파 1/8개, 청홍고추 1/2개씩, 상추·깻잎 약간, 된장 물회 양념(전통식 된장 6과 1/2큰술, 고추장 1큰술, 설탕 1과 1/2큰술, 2배 식초 2큰술, 양조식초 1과 1/3큰술, 생강 1/3큰술, 고춧가루·마늘·다진 대파 1/2큰술, 물 3과 1/2컵, 깨와 소금 소량)
만드는 법
1 큰 볼에 된장 물회 양념을 모두 넣어 섞은 다음 뭉치지 않도록 고운 체에 한번 걸러 놓는다.
2 1의 육수는 살얼음이 얼도록 냉동실에 1시간 정도 넣어 둔다.
3 한치는 깨끗하게 손질해 껍질을 제거하고 끓은 물에 30초 정도 살짝 데친 후 얼음물에 담가둔다.
4 전복은 깨끗하게 손질해 입과 내장을 제거하고 먹기 좋게 편으로 자른다.
5 양파는 얇게 썬 후 물에 담가서 매운맛을 뺀다. 오이와 깻잎, 상추는 잘 씻어 물기를 뺀다.
6 미역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자른다.
7 5의 상추와 깻잎을 깔고 오이, 양파, 당근, 해산물 위주로 올린다.
8 7의 해산물과 채소를 담아 놓은 그릇에 2의 살얼음 육수를 붓는다.
조리Tip
1 아이들과 함께 먹을 때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해산물로 골라 데쳐서 사용한다.
2 물회에는 등 푸른 생선은 비린 맛이 강하여 잘 사용하지 않는다.
3 냉장고에 봄나물 등이 있으면 물회에 함께 올려서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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