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은 15일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숨진 이는 ‘1970년 6월 10일 평양 태생 김철’이라고 밝혔다. 김철은 김정남이 사용하던 가명 중 하나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공식 보도자료.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경찰은 15일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숨진 이는 ‘1970년 6월 10일 평양 태생 김철’이라고 밝혔다. 김철은 김정남이 사용하던 가명 중 하나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공식 보도자료. 연합뉴스
北측서 시신 인도 요구한 듯
말레이, 사인규명 부검 강행
金 ‘김철’이름 위조여권 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가운데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북한 당국이 그의 시신 인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15일 말레이시아 국영통신 베르나마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 발생 후 북한 측의 시신 인도를 요구받았지만, 북한 측에 시신을 인도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 인근의 푸트라자야 병원에 안치했다.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김정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말레이시아 경찰의 입장이며, 15일 부검이 실시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트타임스는 이날 푸트라자야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날 오전 부검을 위해 김정남의 시신을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푸트라자야 병원은 부검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 부검 시설이 더 잘 구비된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부검을 위해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북한대사관 관계자나 김정남 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의 경찰 조사에서 김정남의 피살 과정과 살해 도구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부검은 필수적인 절차로 보인다. 특히 독극물의 성분 등이 명확히 규명돼야 사건의 배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베르나마와 현지 매체 더스타(The Star)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남은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날 오전 8시쯤 신원미상의 여성 2명의 공격을 받은 후 김정남이 보인 증세는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 다분했다. 여성들이 정체불명의 액체를 김정남의 얼굴에 뿌린 후 김정남은 눈에 화상을 입은 듯 고통을 호소하며 공항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통과 어지러움 증세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공항 내 의료실로 옮겨진 후에는 약한 발작 증세도 보였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사인에 대해 ‘급사(sudden death)’로 기록하고 있으며 김정남의 시신 부검이 15일 예정된 만큼 이번 부검이 끝나야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더스타는 15일 “오전 8시쯤 경찰 관계자들이 수사를 계속하기 위해 (푸트라자야 병원의) 시신 안치실에 도착했다”며 “수사 당국이 김정남이 어떻게 살해됐는지 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취재진이 시신 안치실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푸트라자야 병원 보안담당자들도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북한의 시신 인도 요구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관련기사

박준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