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은근한 압박에 고민
청탁금지법 불구 관행 여전
취업난속 학생들 부담 커져


일부 대학의 학교 발전기금 기부와 교수 졸업선물 강요 관행이 여전해 2월 졸업 시즌을 맞은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 발전기금은 할부로 내도 된다’며 납부를 종용하는가 하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교수에게 졸업선물을 준비하라”고 은근히 압박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 발전기금은 개인이 아닌 학교가 기부금 형태로 받는 것이어서 아예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수도권 모 사립대 졸업을 앞둔 A 씨는 최근 학과 사무실에서 ‘학교 발전기금을 낼 의향이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2년 전부터 A 씨가 다니던 학과 졸업생들이 1인당 100만 원씩 학교 발전기금을 내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A 씨는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년 동안 학교 발전기금을 강제로 내는 측면이 강해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해서 올해부터는 희망자만 낸다고 하더라”면서 “하지만 학과 사무실에서 ‘할부도 가능하다’며 납부 촉구 전화를 하는데 마냥 거부하기도 어려워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떤 학생은 은행 계좌에서 할부로 내겠다고 대답하고, 잔액이 없는 통장 번호를 알려줬다더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다른 사립대 한 학과에서는 졸업을 앞둔 동기 30여 명이 2만 원씩을 걷었다. 교수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B 씨는 “학과 사무실에서 과 대표에게 전화해 ‘교수에게 줄 선물을 결정하면 연락을 달라.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지 봐주겠다’고 했다”며 “지난해까지는 1인당 5만 원씩 내서 교수 선물을 사고 고급 식당에서 음식도 대접했는데, 올해는 그나마 청탁금지법 덕분에 선물만 준비해도 됐다”고 말했다.

취업난 속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졸업하면서 교수 선물 구입비나 학교 발전기금 부담으로 걱정하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20∼29세 고용률은 56.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 368만2000명이었지만 올해 1월은 366만2000명으로 2만 명이나 감소했다. 서울 모 사립대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 C 씨는 “‘5만 원 이하 선물은 괜찮다’며 교수에게 졸업 선물을 주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나도 좋은 선물을 해드리고 싶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물질적인 선물 외에도 진심이 담긴 편지 등 다양하게 있다”며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학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악습이고, 교수와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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