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오늘 회의는 역사에 남을 겁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대한민국 대통령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미국 수행원 일부가 소리 내어 웃었다가 곧 그쳤다. 일본과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측도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헛기침을 한 크램프가 정색했다.
“난 사업가 출신이어서 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 먼저 ‘대마도 문제’에 대한 당사국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하지요.”
크램프가 시선을 서동수와 아베에게 돌렸다.
“어느 분이 먼저 하시겠습니까?”
“제가 하지요.”
아베가 경직은 됐지만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어깨를 편 아베가 서동수를 향해 머리를 숙여 보이더니 말을 이었다. 차분하고 분명한 목소리다.
“서 대통령, 우리 일본국은 침략을 막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말씀드리는데 침략 의도를 거두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마지막 경고이며 부탁입니다.”
아베가 서동수를 똑바로 보았다.
“그러면 어떤 내용이건 평화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즉시 ‘평화협상단’을 조직해 대한민국 측과 협상을 시작할 것을 약속합니다.”
말을 마친 아베가 의자에 등을 붙였으므로 모두의 시선이 서동수에게 옮겨졌다. 서동수 차례인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대한민국은 ‘대마도 수복’과 아울러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3만 명과 2차대전 때 징용 및 일본군으로 끌려가 전사한 조선인, 그리고 위안부에 대한 보상금 3500억 달러를 요구합니다. 이것에 대한 답변을 이번 회의에서 듣고 싶습니다.”
서동수가 말을 마쳤을 때 회의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베가 피식 웃는 것을 신호로 일본 측 수행원 사이에서 분노의 외침이 일어났다. 그것이 전파됐는지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크램프가 손을 들었으므로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어깨를 들었다가 내린 크램프가 입을 열었다.
“의견이니까요. 자, 그럼 중재국으로 누가 말씀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시진핑이 손을 반쯤 들었다.
“아, 시진핑 각하, 말씀하시지요.”
크램프가 반겼다. 중재 역할이다. 그때 시진핑이 입술도 달싹이지 않고 말했다.
“이 기회에 중화민국도 말씀드립니다. 중화민국은 중일전쟁 당시 난징(南京)에서 학살당한 30만 중국 인민에 대한 보상금으로 일본 정부에 3조5000억 달러의 보상금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1차이고 2차는 나중에 말씀드리지요.”
회의장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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