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스타트업 회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스타트업 회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 최고 혁신 기업의 ‘가장 인간적인 복지’

가족 병간호땐 1년 6주 휴가… 감기 걸려도 3일동안 쉬도록
“회사가 직원들 더 존중하면 직원은 회사에 더 헌신할 것”
남편잃은 경험 COO 샌드버그, 경쟁우선 美서 사내복지 혁신


세계 최대 SNS업체인 페이스북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직원에게 ‘슬퍼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부터 최장 20일의 유급 장례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와 CBS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슬픔”이라면서 세상을 떠난 가족을 추모하고 마음을 추스른 뒤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선 장례휴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NPR 인터뷰에서 “직계가족 상에는 20일, 그 이외의 가족 상에는 10일의 유급 휴가를 주는 제도를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직원이 아픈 가족을 간호하기 위해 1년 동안 총 6주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가족 중 누군가가 감기와 같이 사소한 질병에 걸렸을 때도 직원은 3일 동안 회사를 쉬며 가족을 돌볼 수 있다.

샌드버그가 장례휴가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게 된 데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 데이비드 골드버그를 잃었던 개인사의 영향이 컸다. 골드버그는 가족과 멕시코 여행 중 휴가지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다 머리를 부딪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샌드버그에게 장례휴가를 주고 업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등 그를 배려했다. 그는 10일 동안 마음을 정리한 뒤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샌드버그는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회사가 도와줬던 것에 매우 감사한다”며 “그때 가족의 죽음을 겪은 직원들에게 나와 같은 장례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일 동안의 유급 장례휴가 제도가 16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페이스북에 너무 ‘비싼’ 복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샌드버그는 가족을 잃은 직원들이 업무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샌드버그는 “회사가 직원을 더 존중하면 그들은 회사를 위해 더 헌신하며 열심히 일한다”며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과 좋은 직원이 되는 것 사이에서 더 이상 고민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 복지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장례휴가를 지급하는 페이스북의 제도는 직원 복지의 혁신으로 꼽힌다. 미국 노동청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60%만이 장례휴가를 도입하고 있으며, 그것마저도 단 며칠에 불과하다.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장례휴가 제도를 발표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페이스북과 같은 제도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페이스북의 장례휴가 정책에 반가움을 표했다. 시민단체 ‘직장에서 가족의 가치’(Family Values @ Work)의 엘런 브라보 사무총장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며 기업들이 장례휴가를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급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미국 기업들이 페이스북의 장례휴가 제도를 받아들여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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