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認容’과 ‘引用’ 헷갈려
목정수 교수 문제제기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등장한 ‘탄핵을 인용한다’는 말에 대해 국민은 생소함을 느꼈다. 여기서 사용된 ‘인용’(認容)은 다른 동음이의어로 흔히 사용하는 ‘인용’(引用)과 헷갈리는 데다, 전문용어로 볼 수 없어 우리에게 익숙한 ‘인정’(認定)이나 ‘용인’(容認), ‘받아들인다’로 바꾸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왔다.

목정수(사진)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글학회가 만드는 ‘한글 새소식’ 최근호에 실린 글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탄핵을 인용한다’에서 ‘인용’(認容)은 한국인의 머릿속에 ‘인용’(引用·citation)의 의미로 자리 잡고 있다. 목 교수는 “그래서 ‘탄핵 인용’의 어휘적 결합이 어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인용’은 ‘받아들인다’(admission)의 의미로 쓰였지만, 우리에게는 ‘용인’이나 ‘인정’이 그 의미에 더 익숙하다. 아예 순우리말로 ‘탄핵을 받아들인다’고 하면 된다.

또 ‘인용’이 법률적 전문용어도 아니다. 목 교수는 모든 분야에 전문용어가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일반인에겐 매우 낯선 ‘공기’(共起)라는 언어학계의 전문용어를 사례로 들었다. 대다수가 이를 모르지만, 풀어 설명하면 지나치게 길어져 그 분야에서 효율성을 위해 쓰는 게 전문용어다. 그는 “‘인용’은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법조계에서 관례로 쓰이고 그들의 권위를 높이는 데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인용’은 일본 법조계에선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어 자주 비판의 대상이 돼온 일본 법률용어를 베껴 쓴 사례 중 하나로 보인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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