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생태환경사 / 김동진 지음 / 푸른역사
왕의 이름만 외던 역사 공부가 당대를 살아냈던 다양한 인물 군상으로, 다시 그 시대를 만들어낸 정치·사회 풍경을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깊어졌고 넓어졌다. ‘조선의 생태환경사’는 정치·사회를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인 ‘생태환경’의 관점으로 조선시대를 들여다보는, 깊고 넓어진 역사서다. 생태환경 관점으로 조선을 봐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공유된 역사 전통 중 대다수는 15∼19세기에 새롭게 창조된 기억”이며 “필요한 자원의 대부분을 주변 자연환경에서 얻어야 했던 사람들이 창조한 문화”가 생태환경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생태환경을 이해하면 조선을, 하여 오늘 우리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야생동물과 가축으로 조선의 생태환경을 조망하는데, 애초 한반도는 “범과 표범의 땅”이었다. 인간을 제외한 최상위 포식자로서 산천을 누빈 것이 범과 표범이지만 조선 개국 후 이들은 “절멸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조선은 “백성은 하늘이었고, 백성이 하늘로 삼는 것은 먹을거리”라는 인식을 실천하는 방편으로 “농사와 가축 사육이라는 생산경제 체제”, 즉 중농정책을 추진했다. 논밭 면적을 늘리면서 “황무지 혹은 산림천택”은 줄어들었다. 은거할 곳이 사라진, 하여 먹이마저 줄어든 범과 표범은 민가로 내려와 소 등을 잡아먹었다. 조선이 국초부터 포호(捕虎) 정책을 실행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범과 표범이 “죽어서 남긴 가죽”을 탐한 권세자들로 인해 산천을 주름잡던 두 동물의 절멸은 앞당겨졌다. 반대로 노동력의 상징인 소는 대폭 늘어났다. 15세기 초 2만∼3만 마리였던 소의 사육 마릿수는 18세기 후반 100만 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소의 증가는 농업의 변천사와도 밀접한데, 500년 조선의 생태환경은 물론 최근 구제역 사태에서 보듯 21세기 한국의 생태환경사에도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생태환경의 변화는 곧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내포한다. 그런 점에서 한 장을 헐어 미시생태, 곧 우리 선조들의 먹거리 변화와 전염병 등의 양상을 다룬 것은 의미 있는 구성이다. 누룩과 김치, 간장과 된장, 고추장, 식초의 변화와 쓰임새, 그것에 얽힌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연이어 다룬 전염병도 관심을 둘 만하다. ‘무너미’ 땅 개간은 부작용도 상당했는데 습한 토양 조건에서 모기류가 집단 서식하며 말라리아를 일으켰다. 수인성 세균인 병원성 살모넬라균과 시겔라균은 장티푸스와 이질의 발병률을 크게 높였다. 가족과 진배없었던 소는 홍역과 천연두를 사람에게 옮겼는데, 기록에 따르면 숙종 33년 함경도에서만 홍역으로 “1만 수천 명”이 죽었다. 이처럼 생태환경의 변화는 인간을 포함해 생명이 있는 모든 생물에 크고 작은 이익과 손해를 주었다. 기록을 꼼꼼히 살펴 생태환경을 통해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는 조선의 실제 풍경을 소개하고 있어 ‘조선의 생태환경사’는 여타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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