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은 흘긴 눈’ 새롭게 출간
명작 텍스트와 여백으로 구성
명작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베껴 써보는 필사(筆寫)가 문학 작품 소비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새봄출판사는 최근 ‘그립은 흘긴 눈’(왼쪽 사진)이라는 제목의 ‘필사하는 책’을 출간했다고 최근 밝혔다.
필사는 원래 작가 지망생이나 대학의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글 쓰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써왔던 연습 방법. 그러나 요즘처럼 복잡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찾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립은 흘긴 눈’은 새봄출판사가 2015년부터 시작한 ‘나의 첫 필사노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1편 ‘메밀꽃 필 무렵, 날개, 봄봄’과 같은 해 연이어 나온 2편 ‘무진기행’ 이후 2년 만이다.
이번엔 윤동주의 시 ‘병원’, 현진건의 단편소설 ‘그립은 흘긴 눈’, 홍사용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수록됐다.
‘병원’은 윤동주 작품세계의 과도기에 있으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세계와 현실을 올곧이 바라보는 민족시인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립은 흘긴 눈’은 현진건의 대표작 ‘운수 좋은 날’처럼 당시의 현실을 아이러니적 수법으로 고발하는 소설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산문시다. 근대시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책의 왼쪽 페이지에 문학 작품의 텍스트가 있고, 오른쪽에 그것을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특히 독자가 책의 서문과 후기까지 직접 쓴 뒤 출판사에 보내면 3개월 후에 다시 본인에게 배달해 준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예담·오른쪽)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이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100여 편을 한데 엮은 책이다. 원래 2015년에 출간됐으나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 소개돼 알려지고, 독자가 따라 쓰기 편하도록 구성한 점이 관심을 끌면서 올해 초 재출간됐다.
김소월, 이육사, 백석 등 중·고교 교과서를 통해 익숙한 작가는 물론 김혜순, 황지우, 천양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문인과 프리드리히 니체 등 외국 작가의 메시지까지 다양하게 실렸다. 역시 책의 왼쪽엔 시의 원문을, 오른쪽엔 여백을 두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지금도 인터넷 서점인 예스24 베스트셀러 종합부문 1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부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필사 쓰는 대로 인생이 된다’ ‘필사로 새겨보는 독서의 힘’ 등이 지난해 말 잇따라 출간됐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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