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게, 멀리 보고 연기하고 싶어요.”
신인 배우 양세종(사진)은 좀처럼 들뜨지 않았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김사부)에서 선배 배우 한석규와 대거리를 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고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에서 배우 이영애와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등장과 함께 쏠리는 스포트라이트에 우쭐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질문 하나하나를 받을 때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며 깊이 생각한 후 답하는 20대 신인 배우에게서는 경거망동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느껴졌다.
“너무 많은 행운이,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기쁜 것을 넘어 두렵기도 합니다. 지금의 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분명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 있을 테니까요. 그럴 때마다 ‘큰 산’ 같은 한석규, 이영애 선배님의 ‘잘했어’ ‘수고했어’라는 칭찬 한마디에 힘이 났어요. 지금 이 순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멀리 내다보고 가는 배우가 되려 합니다.”
양세종은 고2 때 연극 ‘스노우 드롭’을 보고 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됐다. 이 동경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3 때 처음 연기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한 차례 대입에서 낙방한 후 이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선배의 권유로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간 후, 곧바로 ‘사임당’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다. 참 순조롭게 풀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따낸 값진 상이었다.
“원래 이겸(송승헌)의 아역 분량으로 오디션을 봤다가 한상현이라는 인문학자 역도 맡게 됐어요. 4차 오디션까지 봤죠. 이틀간 1시간도 안 자고 ‘죽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합격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자 다시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어요. 연기의 맛은 참 달콤하지만, 그 달콤함을 찾게 될 때까지는 숱한 쓴맛을 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전제작 드라마인 ‘사임당’의 촬영을 먼저 마쳤지만, 방송 일정이 늦춰지며 양세종은 ‘김사부’에서 냉혈한 병원장의 아들이자 주인공 강동주(유연석)의 라이벌인 도인범 역을 맡았다. ‘사임당’을 통해 한 차례 현장 경험을 거친 양세종의 연기는 한결 매끄러웠다.
“평소 무엇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양세종은 와인과 향수를 꼽았다. 기분과 컨디션이 나쁠 때 좋은 향은 기분을 전환해준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은은함’이다. 급하지 않게 서서히 퍼지는 향과 질리지 않는 느낌, 배우 양세종이 지향하는 바다.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는 편이에요. ‘내가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불안함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죠. 빠르진 않지만 오랫동안 멀리 퍼지는 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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