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출입구 경비원 상주
수영장·헬스장·매점 등 갖춰
“北대사관 사람도 산다고 들어”
아파트 이웃 주민들 증언나와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 중 한 명이자 북한 국적인 리정철(47)이 은신해 있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잘란 쿠차이라마 지역에 있는 아파트(사진)는 마치 요새 같은 모습이었다.
19일 문화일보 취재진이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에는 4∼5명의 경비원이 상주하며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원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리정철은 20층짜리 이 아파트의 4층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리정철이 사는 집은 침실이 3개, 욕실이 2개인 구조로 월세는 1500링깃(약 39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지역에서는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일반 북한 해외노동자들에 비해서는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날 취재진이 해당 아파트 내부로 잠입한 결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출입카드가 있어야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다. 또 건물 주차장 위쪽에 자리 잡은 ‘그라운드 플로어’에는 수영장과 헬스장, 놀이터, 매점 등이 설치돼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장기간 은신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보였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리정철은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이곳에서 1년 넘게 거주했다. 한 이웃 주민은 “직접 리정철과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다”며 “아내와 딸도 같이 있는 것을 봤는데 그냥 평범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여전히 내부에 상주하면서 분주히 사건을 수사 중인 장면도 목격됐다. 실제 취재진이 아파트 중앙 관리실을 찾았을 당시 3명의 사복 경찰들이 내부에 설치된 CCTV를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CCTV 장면을 분석해 리정철이 다른 용의자와 접촉한 적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이 아파트에 북한 사람들이 제법 거주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한 주민은 “직접 마주치진 못 했지만, 북한 대사관 사람이 이곳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다만 워낙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어서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인근 미용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1년 전부터 (리정철이) 가족들과 우리 미용실을 종종 찾아오고는 했다”며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이번에 신문에서 그 사람이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 현장 르포 장병철 특파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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