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울산 북구 양정동에 위치한 연면적 16만5000㎡의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압하(내리누르는) 능력이 각각 5400t, 3000t에 달하는 프레스기가 쉴 새 없이 철판을 찍어눌러 차량 외판 등을 만드는 프레스공장을 지나 차체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에 들어서자 사람 팔 모양의 용접 로봇 500대가 춤추듯 움직이며 새빨간 불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시선을 붙잡았다. 로봇들은 900도 고온으로 초고장력강판(AHSS) 등 자동차용 강판을 용접해 시간당 최대 69대씩 신형 아반떼와 i30 등의 뼈대를 만들어 냈다.
용접을 마친 차체가 줄지어 선 공장 한편에는 짙은 은회색의 다른 차체들과 달리 밝은 은백색 후드(보닛)와 테일게이트(트렁크 문)를 단 차체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6월부터 울산3공장에서 양산에 돌입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EV)’을 비롯한 아이오닉 시리즈의 차체였다. 배철진 생산지원팀 차장은 “아이오닉 EV 등의 후드, 테일게이트는 경량화를 위해 일반 철판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색이 다르다”며 “용접도 까다로워 외부 전문업체가 생산, 납품한다”고 말했다.
의장(조립)공장에 접어들자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익숙한 손질로 이동식 장치에 매달려온 차체에 엔진, 서스펜션 등을 장착하고 있었다. 신형 아반떼 사이로 범고래를 닮은 매끈한 모습의 아이오닉 EV가 조립 라인에 도착하자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라인 바닥에 설치된 리프트가 큼지막한 검은색 배터리를 차체 밑으로 쑥 들어 올리자 양옆에 대기한 직원들이 익숙한 솜씨로 재빨리 차체에 고정했다. 배 차장은 “아이오닉 EV는 배터리 무게가 266㎏에 달해 사람 힘으로 들어 올리기 쉽지 않다”며 “전용 리프트를 설치해 혼류 생산 도중 아이오닉 EV 순서가 되면 자동으로 배터리를 들어 올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완성차 생산 마지막 과정인 최종 검사 단계에서도 아이오닉 EV는 특별 취급을 받았다. 함께 생산된 아반떼 등 다른 차량과 달리 전장(전기장치) 검사장비로 배터리 제어 유닛 등을 꼼꼼히 검사했다. 박재현 품질관리부 과장은 “아이오닉 EV는 엔진 대신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돌리기 때문에 무엇보다 충전이 제대로 잘되는지 여부 등을 세세히 검사한다”며 “대신 엔진이 없어 전체 검사시간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짧다”고 웃었다.
국내외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는 아반떼, i30 등을 생산하는 울산3공장에 설비투자를 거쳐 국산차 최초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2015년 12월 양산 시작), 아이오닉 EV(2016년 6월 양산 시작) 등을 함께 양산하고 있다. 오는 2월 말에는 아이오닉 시리즈 3번째 모델인 ‘아이오닉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역시 이 공장에서 생산돼 출시된다. 실제로 이날 공장 옆 주차장에서는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 PHEV 20여 대가 줄지어서 최종 점검을 받고 있었다.
국산차 최초 1000만 대 판매기록을 세운, 명실상부한 현대차 대표 차종 아반떼의 주력 생산공장인 울산3공장에서 아이오닉 EV 등을 생산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아이오닉 EV 등 친환경차가 아반떼의 뒤를 잇는 새로운 주력 차종이기 때문이다. 연산 38만 대 규모의 울산3공장에서는 현재 연간 최대 12만 대의 아이오닉 시리즈 생산이 가능하고 올해 생산목표는 6만1000대다. 권상두 생산관리3부 부장은 “기존에 아반떼와 i30를 생산하다 아이오닉 EV 등을 추가 생산한다고 하니 공장에 근무하는 일반 직원들도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들어온다고 생각해 환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오닉 EV는 지난해 출시 직후부터 국내 시판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1회 충전 시 191㎞)를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국내 판매된 아이오닉 EV는 모두 3749대로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63%를 차지했다. 지난해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2015대를 기록한 수출은 올해 2월 미국시장 판매 시작과 함께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조짐도 좋다. 아이오닉 EV는 지난해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복합 전비(電費·1갤런의 연료비로 전기차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평가에서 136MPGe로 BMW i3, 쉐보레 볼트, 닛산 리프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최근 미 에너지경제효율위원회가 주관한 친환경차 순위에서도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수한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인정받고 있는 아이오닉 EV를 통해 미국을 비롯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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