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이른바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노리고 입사한 TQ그룹에서 부정과 불합리에 맞서는 활약상을 경쾌하면서도 진중하게 다룬다. 이야기는 김성룡이 군산에서 서울로 입성하면서 시작된다. 나이트클럽 조직폭력배의 뒤를 봐주며 소소하게 자금을 삥땅치며 살던 김성룡은 자신이 모시던 조직폭력배와의 오해로 더 이상 삥땅을 칠 수 없게 된다. 때마침 대기업 TQ그룹 경리과장 채용 공고를 본 그는 반신반의하면서 이력서를 제출했다가 덜컥 합격한다.
크게 한 탕해서 덴마크로 이민 갈 생각으로 TQ그룹에 입사한 김성룡의 경리부 생활은 첫날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경리부 대리 윤하경(남상미)은 그를 변태로 오해하고, 자리 사수가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인 경리부장 추남호(김원해)를 필두로 한 경리부 사원들이 그를 따돌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재무이사 서율(준호)로부터 곤란한 지시를 받으면서 그의 삥땅 계획에 제동이 걸린다. 타고난 근성과 깡, 비상한 두뇌와 돈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김성룡이 의도치 않은 선행의 주인공이 되면서 그의 인생에 변화가 시작된다. 상황인즉슨 이렇다. 김성룡은 TQ그룹 경리부 과장이었다가 자살한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교통사고 위험에 빠진 여자를 의도치 않게 구해주면서 의인이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기밖에 모르던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을 길들이려는 재무이사 서율의 계략을 눈치 챈 김성룡은 TQ그룹이 썩은 동아줄임을 깨닫고 도망갈 결심을 한다. 게다가 김성룡은 회사 측의 음모 때문에 정의로운 의인에서 졸지에 회계 범죄자로 전락하는 위기에 처한다. 윤하경의 도움으로 어렵게 범죄 혐의를 벗고 회사로 돌아오지만 그는 인격 말살 현장으로 악명 높은 ‘제2대기실’로 발령을 받는다. 모두가 걱정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엉뚱하면서 기발한 방식으로 자신을 쫓아내려는 회사와 맞서 싸운다. 마침내 명예를 회복하면서 ‘제2대기실’을 없애는 성과까지 거둔다. 회사에서 철저하게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에게 사이다 같은 존재가 된다. 요지경 세상의 약자들을 위한 살풀이라 할 만하다.
드라마 속 TQ그룹이나 드라마 밖의 우리 사회 모두 요지경인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먹고 살겠다면서 부정부패에 둔감했던 것에 대한 성찰과 함께 적폐청산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TQ그룹의 적폐에 맞선 김성룡 과장의 활약으로 요지경 같은 현실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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