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로 남·북·미 3각 역학관계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전문가에 따라 이번 암살 사건이 ‘김정은 체제’의 권력 공고화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정반대로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징후인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다소 다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한 번 분명히 확인된 것은 남·북, 북·미 관계에서 ‘김정은 변수’의 중요성이다. 그리고 이 변수의 특성은 바로 불예측성이다. 김 위원장의 2013년 고모부 장성택 처형과 최근 김정남 암살은 한·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김 위원장이 2011년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5년 이상 북한을 통치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어떻게 정책을 결정하며 누가 영향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김정일 시대’를 증언했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사생활을 증언했던 처조카 이한영 등과 같은 핵심 탈북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우리가 가진 거의 유일한 정보원이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에 더해 한·미 내부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의 탄핵 정국은 벌써 3개월째다. 권력 공백은 때때로 서울보다 워싱턴에서 훨씬 강하게 감지된다. 당장 지난 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 시험발사 이후 대응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방미 중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긴급 기자회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찬조출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도발의 최대 잠재적 피해국인 한국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지난 1월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도 우려한 대로 불안정한 데다, 정책도 불확실하다. 출범 25일 만에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게이트’로 낙마했다. 그는 지근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을 조언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에 가장 정통하고, 방미한 한국 고위급 인사들을 4차례나 만나준 거의 유일한 지한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북한은 크고 큰 문제로, 강하게 다루겠다”고 했지만, 플린의 사퇴로 대북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어디로 튈지는 이제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한반도 안보 전망도 이 같은 남·북·미 ‘트리플’ 불확실성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진전이 겹치면서 더욱 암울해졌다. 지난 17일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북한 엔드게임(종반전)’ 세미나에서 만난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제문제 담당 국장은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 5년 내에 극도로 불안해질 것이며, 북한이 갑자기 붕괴된다고 해도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 지도부 연구로 유명한 고스 국장은 “한국에 가족이 있다면 안위가 걱정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또 다른 한국의 군사 전문가도 “한반도에서 3∼5년 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절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반미를 내세우면 한·미 동맹이 약화될 수 있고,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불쑥 대북 선제공격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권력 유지가 최우선 과제인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사실상 보유했다는 자만감 때문에 상황을 오판할 수도 있다. 결국 한반도 평화·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면 직접적인 1차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이 먼저 나서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잠재적 대선 후보들의 안보관을 확실히 점검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한·미 간 오해 를 예방할 수 있는 확고한 고위급 채널 확보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boyoung22@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