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명 부족에 다툼여지”
특검, 막판 수사 차질 빚어
박근혜정부의 ‘실세 수석’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결정적 증거 한방’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우 전 수석이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공무 수행’이라며 혐의를 떠넘긴 전략도 주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사정·인사 업무를 광범위하게 수행하는 민정수석 자리의 특성도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는 데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새벽 우 전 수석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우 전 수석이 ‘법꾸라지(법+미꾸라지 합성어)’ 별명답게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 전반에 대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정상적인 공무 수행”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 게 먹혀들었다는 해석이다. 오 판사는 이 같은 주장을 뒤집을 특검팀의 결정적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범죄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내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은 또 업무영역이 제한된 다른 청와대 수석과 달리 광범위하게 사정·인사 업무를 하는 민정수석 직위 특성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이날 오전 특검보들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우 전 수석 영장 기각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일부 특검보는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8일밖에 남지 않은 수사 기간을 고려할 때 재청구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검팀은 수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최우선으로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수사에 착수하고, 기간 연장과 상관없이 그의 개인 비리 수사 내용을 정리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오는 27일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고, 이 시점에 최지성(66) 미래전략실장, 장충기(63) 미래전략실 차장 등 다른 ‘삼성 수뇌부’를 불구속 기소할 계획이다. 또 김영재(55) 원장 등 신병처리가 되지 않은 ‘비선 진료’ 연루 인사들도 이 시점에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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