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선 전통적으로 노란색이 힘과 권위의 상징이었다. 음양오행으로 정한 오방색의 중심에 노랑이 있었다. 중국 황제들이 위세를 과시하려 입었던 황룡포는 용을 수놓은 노란색 옷이었다.
그러나 서양에서 노란색은 오랫동안 경계와 멸시의 대상이었다. 죄인, 채무자, 성매매여성, 미혼모 등을 노란색으로 표시하고 차별했다. 유대인에게 악마의 뿔을 상징하는 노란 모자를 쓰게 함으로써 굴욕을 안겼다.
노란색에 대한 서양 문명사에서 예외적 인물이 빈센트 반 고흐다. 그는 ‘해바라기’ 연작에서처럼 노란색을 즐겨 썼다. 고흐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이글거리는 태양을 동경하며 희망을 꿈꿨다. 그래서 강렬한 노랑을 좋아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그가 알코올의존증으로 인한 황시증에 걸려 노란색 환각을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색에 관한 흥미로운 문명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소장자를 나타내기 위해 책에 붙이는 장서표 판화로 널리 알려진 판화가. 그는 “오래전부터 강렬한 원색에 매료됐다”며 “원색을 향한 흥미는 나아가 색채의 근원과 역사를 파고드는 데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책에서 빨강, 파랑, 노랑, 초록, 검정, 하양, 보라, 주황, 분홍 등 9가지 색이 인류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살펴본다. 역사, 예술, 사회, 종교, 과학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친다. 인류가 최초로 곁에 둔 색은 빨강이며 그 색소를 얻기 위해 유럽 강대국들이 약탈전을 벌였다는 것, 고대 그리스에서 이름조차 없던 파랑이 가장 인기 있는 색이 된 배경에는 중세를 지배한 기독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 오늘날 여성에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는 분홍이 20세기 초까지 남자아이의 색이었다는 것,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이름이 더럽혀진 오방색은 우리 전통에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의미를 띠었다는 것 등. 반전(反轉)이 있는 이야기들은 인류 역사에서 색이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청소년 대상으로 만든 책이지만 성인들이 교양서로 읽어도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3요소, 대비 원리 등 색채 기초지식을 정리한 맨 뒷장은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싶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