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부동산 관련 제도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정부 반대에도 정치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회에 야당 의원이 제출한 관련 법안만 9건이나 된다고 하네요.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차 재계약 시점에 임차료 인상률을 일정 수준(연간 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상 전·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두 사안은 법으로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을 억제, 세입자 주거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지요. 하지만 정부 등 공공이 시장 가격 통제에 직접 나서는 것이어서 주택 임대차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부동산 시장 전체의 왜곡을 불러 임대차시장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약자인 임차인(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지만 후발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역할을 해 실제 법적 규제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임대인(집주인)이 제도 시행 전이나 세입자 교체 시기에 임차료와 보증금을 대폭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갈수록 높아지는 보증금은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를 유발,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내 집 마련이나 창업이 늦어지게 되겠지요.

세입자 보호에 치중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또 집주인 역할(건물 관리 등) 감소로 시설 투자 의욕도 꺾게 됩니다. 집주인들의 노후주택과 상가에 대한 개·보수 의지 저하로 중장기적으로 임대물건의 품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굳이 도입하더라도 정부 기금을 받아 지은 주택에 한해 가격을 통제해야 합니다. 민간 소유 주택과 오피스, 상가에 대한 가격 규제는 명백히 자본주의 시장 원칙을 위반, 자유로운 상거래를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런 제도 도입에 앞서 공공임대주택 등을 확대하고,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등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을 늘리는 인프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죠.

서민·중산층의 최대 복지는 양질의 주택과 손쉬운 창업을 할 수 있는 가게 등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입니다. 근시안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부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보다 값싸고 질 좋은 주택과 보증금·월세가 최소화된 창업공간, 살기 좋은 도시개발과 마을 만들기를 우선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지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의한 생색내기 정책보다 무엇이 서민·중산층을 돕는 정책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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