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작용제 VX는 ‘V 계열’에 속하는 급속 살상 작용제다. 무색무취한 액체이지만 산소와 접하면 가스가 되며, 주로 호흡기를 통해 신경계로 침투해 금세 사망에 이르게 한다.
치사량은 10㎎(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1995년 일본 도쿄(東京) 지하철 독가스 살포사건 때 1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5500여 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던 사린가스보다 최소 100배 정도의 독성을 지녀 화학무기의 제왕이라 불린다.
VX가 일단 피부나 눈 점막, 호흡기 등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면 자율신경계통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파괴하고 코 흘림, 가슴 압박감, 호흡 곤란, 동공 축소, 방분·방뇨 및 경련 같은 증상을 일으킨 뒤 수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한다.
영화 ‘더 록’에는 미사일에 탑재해 날릴 경우 순식간에 수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물질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VX다. 이 영화에서 굿 스피드 박사(니콜라스 게이지 분)는 VX에 대한 질문을 받자 “태어나서는 안 되는 물질”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정식 화학명칭은 ‘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트’. 1952년 영국에서 살충제로 처음 개발됐는데 너무 독성이 강해 영국군이 신경작용제로 완성했다. 영국은 후일 미국으로부터 열원자핵무기 제조 관련 기술을 넘겨받는 대신 VX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르면 협약 당사국은 VX의 개발과 생산·사용 등이 전면 금지되고 보유하고 있는 무기는 2007년까지 모두 폐기하도록 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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