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지난 14일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점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14일은 일본 정부가 초·중학교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라는 학습지도 요령을 고시한 날로, 설사 외교적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한 사려 깊은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가 ‘일본 공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적절한 장소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부산 동구청 등에 보낸 것은 17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3일 앞두고 일본에 주한대사 귀임 명분을 만들어 주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녀상 문제를 국내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는 일본의 태도는 한국의 ‘성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3일에도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토록 한국 측에 요청할 것”이라며 대사 귀임 문제를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 정상화 못지않게 유념해야 할 점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왜곡 주장이 날로 심해지면서 국내적으로 독도 문제뿐 아니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까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익성향과 한국의 탄핵 상황이 겹쳐 이러한 일본의 태도와 그에 따른 국민 감정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밀어붙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상처 난 민심만 덧나게 할 뿐이다. 한·일 간 ‘이면 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고조된 국민 여론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필요하다면 소녀상 문제 관련 위안부 협의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지현 정치부 기자 loveofall@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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