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경연 초빙연구위원

지난해 말 가계신용이 1344조 원을 기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252조 원(7월 말)을 합한 전체 가계부채는 1596조 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7%로 OECD 평균 75%를 크게 웃돈다. 미국에서는 105%로 줄어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이 174%로 계속 높아지면서 민간 소비를 둔화시키고 있다. GDP의 50%인 민간 소비 위축은 불황을 초래하게 된다.

정부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이어 주택담보대출의 원인인 부동산 공급을 줄이는 8·25 대책, 11·3 대책을 잇달아 내놓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전기 대비 증가액은 3분기 17조 원에서 4분기 13조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3조6000억 원에서 7조9000억 원으로 늘고 보험기관과 여신 전문기관 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차주의 소득 조건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기불황으로 생활이 어려운 가계는 평균금리 30%가 넘는 대부업으로 가고, 그것도 힘든 저신용자들은 평균금리 111%인 불법 사금융으로 간다. 대부업 대출잔액은 13조 원, 불법 사금융 사용액도 24조 원에 이르러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중심 대책이 저신용 저소득 가계를 빈곤층으로 추락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종전 60% 내외를 유지해 오던 주택구입 목적 대출 비중이 40% 수준까지 낮아졌다. 반면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 대출, 대출금 상환 목적 대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은행 주택담보대출 60%가 비(非)주택구입 목적 대출이고,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은행과 2금융권을 합한 주택담보대출 561조 원의 60%, 337조 원이 비주택구입 목적 대출이다. 여기에 예금 취급 기관 무담보대출 347조 원과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363조 원, 판매 신용 72조 원, 개인사업자 대출 252조 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의 86%가 주택 구입과 관련이 적은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대출금 상환 목적 대출로 추정된다. 이처럼 가계부채 상당 부분이 경제가 어려워져서 초래된 것이다.

그런데도 주택담보대출 억제 중심의 대책만 지속해 2008년 이후 8년간 장기침체를 지속한 끝에 정부의 주택경기 정상화 노력으로 2015년 중반 이후 소폭 회복 기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하고 있다. 건설 부문에 대부분 일용 임시직인 180여만 명이 취업하고 있어 주택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다시 생계형 대출과 사업자금대출이 증가하고 중소형 주택 공급 부진으로 전월세가 다시 올라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가계대출이 늘어도 자산이 증가하면 자산 가격이 대출액 이하로 폭락하지 않는 한 대출 부실화 우려가 작다. 반면, 주로 무담보 대출인 2금융권이나 대부업 대출 증가는 경기가 부진해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 결국, 정부의 계속되는 대책은 우량대출은 줄이고 불량대출을 늘리는 역효과를 내면서 빈곤층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올라갈 경우 부실화 위험이 커질 것이다.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증가시켜 생계형 대출과 사업자금 대출을 줄이고 임대주택 활성화로 전월세 자금 대출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최선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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