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실력만으론 생존 어려워
오디션 통해 떠오른 女신인들
자기 노래 없으면 금세 잊어져
볼빨간사춘기·악동뮤지션 등
자작곡 통해 빠르게 정착 성공
요즘 가요계를 혹자는 ‘아이돌의 시대’라 한다. 빅뱅, 엑소, 트와이스 등이 신곡만 내면 차트 1위는 떼어놓은 당상이니 맞는 말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음원 강자’라 불리는 ‘보컬리스트의 시대’라고도 한다. 임창정, 김동률, 박효신, 성시경 등은 아이돌의 틈바구니에서도 차트 정상을 밟는다. 하지만 남성 가수들에 편중돼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요즘은 여성 보컬리스트 실종 시대다.
◇왜 외면받나?
김추자, 인순이, 이선희, 이은미를 거쳐 이소라, 김현정, 김윤아(자우림) 등이 이어온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계보가 흐려졌다. 가요기획사들이 여성 보컬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 크기 이상으로 형성된 팬덤이나 고정 팬층을 확보한 아이돌 그룹이나 남성 가수들에 비해 “장사가 안 된다”고 그들은 말한다.
한류 시장에서도 여성 가수들의 설 자리는 좁다. 아이돌 그룹과 비교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적다”는 것이 이유다. 성공적인 선례가 나오지 않으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 자리는 걸그룹 출신 가수들이 꿰차고 있다. 각 그룹에서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멤버가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내외 팬들에게 어필하는 모양새다.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기 힘든 시대란 의미다.
◇오디션, 女보컬리스트를 깨우다
2010년을 전후해 방송가를 휩쓸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와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등이 경쟁적으로 실력자들을 쏟아냈다. 이를 통해 숱한 스타가 탄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이 미처 깨닫지 못한 의미 있는 성과를 하나 냈다. 바로 새로운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발굴했다는 것이다. ‘K팝스타’ 초대 왕좌를 놓고 박지민과 이하이가 다퉜고, 톱3에 든 백아연도 주목받았다. 이듬해에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이라는 독특한 음색을 가진 가수가 탄생했다. 지난해 열린 5번째 시즌 역시 이수정과 안예은, 두 여성 출연자가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또한 ‘슈퍼스타K’에 참가했으나 톱10에 들지 못했던 2인조 여성그룹 볼빨간사춘기는 지난해 가요계 최고 신인으로 손꼽힌다.
볼빨간사춘기를 비롯해 이하이, 악동뮤지션, 백아연 등의 신곡은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음악 차트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래가 좋으면, 노래를 잘 부르면 듣는다는 평범한 공식이 다시금 입증된 셈이다.
◇보컬리스트를 넘어 싱어송라이터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 있는 여성 보컬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냉정하게 말해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뉴 페이스’들이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문자투표를 받고, 지난 시즌의 수상자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트렌드가 삽시간에 바뀌는 연예계의 생리다.
방송 당시 화제를 모았으나 서서히 잊어져 간 신인들의 공통점은 ‘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주로 유명 가수들의 히트곡을 편곡해 부르기 때문에 대중의 귀에 익숙하고, 기존 가수와 비교해 듣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정식 데뷔 후 신곡을 낼 때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만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야 한다. 일찌감치 자작곡으로 승부를 건 악동뮤지션, 이하이, 볼빨간사춘기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전통적으로 여성 가수들은 남성 가수들에 비해 팬덤이 약해 장기적인 활동이 어려웠다. 기존 팬덤을 유지해 가면서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그 해답은 결국 히트곡”이라며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역량을 발휘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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