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은 1966년 4월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했다. 평소 생도들을 아끼고 애지중지했던 그는 인근에 생도들을 위한 골프장을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의 인재들이 골프를 모르면 나라 망신”이라고 말했다. 해외 순방을 다니면서 골프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했다.
외국 정상들과 골프를 했던 그는 군 장성들에게도 골프를 권장했다. 당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법이었던 시절. 골프장 건설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군이 동원됐다.
사단공병대가 땅을 팠고, 착공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18홀이 완성됐다. 속전속결의 군인정신으로, 일사천리로 육군사관학교 골프장은 지어졌다. 홀마다 1사단, 2사단 등의 사단 고유 마크를 새겨놓고 군대식 이름을 붙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골프를 한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골프 실력은 100타를 겨우 깨는 핸디캡 24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스윙에 꽤 큰 관심을 쏟았다. 5·16 군사정변 이듬해부터 한장상 프로를 불러 레슨까지 받았다. 장충동 공관에 길이 15m, 폭 10m짜리 간이 연습장을 만들었을 만큼 골프에 심취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골프를 하는 동안 삼엄한 경호 작전이 전개됐다. 언제나 경찰서에서 파견 나온 형사들이 숲 속에 잠복했고, 18홀을 따라다녔다. 대통령 바로 옆에는 경호 총책임자가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고 무장한 경호원 2명이 함께했다. 물론 페어웨이 앞뒤에서도 10여 명의 경호원이 호위했다. 박 대통령은 스윙한 뒤 골프채를 캐디에게 건네지 않고 총을 메듯 어깨에 걸쳐 메고 걸어 다녔다. 푸른 잔디를 걷는 재미가 좋다는 말을 즐겨 했단다.
훗날 ‘박정희식 골프’가 회자됐다. 먼저 앞뒤 조에는 팀이 없어야 하고 둘째로 퍼팅은 단 한 번만 했고, 셋째로 티샷이 잘못되면 무조건 다시 쳤다. 넷째 캐디는 무조건 최고로 예뻐야 했다. 국가 원수가 퍼팅하려고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비굴해 보이고 품위 없다고 여겨졌다. 당시 캐디는 모두 남자였으나, 1967년 태릉의 육사 전용 코스가 개장되면서 여성 캐디가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라운드 후 늘 막걸리를 마셨고, 골프대회를 개최하면서 골프 장려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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