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마다, 크든 작든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져 왔다. 외환위기 사태 속에 출범한 김대중정부는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통상교섭 기능을 외무부에 추가해 외교통상부로 개편했다. 노무현정부는 우선 분권화를 통한 정부 기능 재조정과 관리 개혁에 초점을 뒀고, 취임 1년 뒤 소방방재청을 설치하는 등의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명박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다시 기획재정부로 통합했고, 4대강 사업의 주무 부처로 국토해양부를 설치했다. 박근혜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두드러졌던 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인사혁신처를 신설한 것이었다. 지금, 조기 대선 분위기 속에 정부 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가 무성하다.
우리나라의 국정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은 급속한 공업화를 겪었고, 지식정보사회화를 거쳐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발 빠른 이행을 도모해야 할 형편이다. 사회 부문에서도 저출산, 사회적 양극화, 의료와 복지 수요 증가, 여가와 안전 등 고차원적 가치 욕구 증대 등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에 더해 수출입 위주의 경제 구조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외교·안보와 통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나라 정부에는 특히 중요하다. 새 정권은 종종 그의 정치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심지어는 국면 전환을 위해 정부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1948년 정부수립 이후 50회 이상 이뤄진 정부 조직 개편은 빠르게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국정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이 선택한 새 정권이 국민의 뜻을 받아 새로운 우선순위를 가지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지당하다. 그리고 정부 조직이란 정책 수행을 위한 수단이므로 새 정권이 조직 개편을 고려하는 것도 정당하다. 다만, 정부 조직 개편이란 비용이 따르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조직 개편이란 종종 새로운 상관과 새로운 업무 우선순위를 의미한다. 그리고 신상 문제에 신경을 쓰다 보니 성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정부 조직 개편이 매끄럽지 못할 경우 새 정권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첫 100일을 아깝게 낭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 정권의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등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취임 후 51일 동안 정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차기 정권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출범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박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진영 간 갈등의 후유증이 있을 테고, 경제적으로는 저성장·청년실업·가계부채 등의 경고음이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국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과 미·중 통상 마찰,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북핵 문제 등과 같은 어려운 상황이 여전할 것이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할 차기 정권의 정부 조직 개편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 조직 개편을 왜 하고, 이를 통해 무슨 문제를 풀려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저출산, 청년실업,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큰 과제가 많다. 조직 개편의 대안을 고민하기 전에, 지금의 정부 조직으로는 과연 무엇이 한계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 조직 개편에는 큰 비용이 든다. 새 정권이면 으레 하는 것이라는 식은 곤란하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핵심 정책과 과제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의 선택과 집중을 이루는 것이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있는 곳이 정부 조직 개편이다. 그중에는 관련 부처나 이해집단의 민원(民願) 해소 차원에서 나온 것도 많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큰 문제들을 풀어야 할 차기 정부가 여러 민원성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서 정권 초기의 귀한 시간을 허송할 수는 없는 일이다.
끝으로, 야당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정부 조직 개편의 정치 과정을 잘 풀어내는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은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소통과 합의를 통해 소위 국회선진화법의 문턱을 넘기는 정치력의 발휘 없이는 성공적인 정부 조직 개편이란 있을 수 없다. 결국 성공적인 조직 개편이 성공하는 정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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