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X, 유엔서 WMD 분류 “안보리에 증거 보내달라”

화학무기의 생산·사용 등을 금지해 온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북한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신경작용제 VX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OPCW가 김정남 암살에 VX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7일 OPCW는 대변인 명의 성명서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VX가 지난 13일 공항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쓰였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어떠한 종류의 화학무기든 그 사용은 심각하게 우려스럽고, OPCW는 전문가 파견과 기술 협력을 통해 (조사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OPCW는 1997년 4월에 발효된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라 설립된 국제기구로 화학 무기 금지 및 확산 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 192개 국가가 회원국이지만 북한·소말리아·이집트 등은 가입하지 않았다.

OCPW가 화학무기금지협약 비가입국인 북한과 관련해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남 얼굴에서 검출된 VX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량파괴무기(WMD)로 분류하고 CWC와 유엔 결의로 엄격하게 금지된 화학무기다. OPCW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망사건이 아닌 국제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해치는 범죄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OPCW는 성명서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 일본 등 OPCW 회원국 대사들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북한의 VX 사용증거 공유를 제안했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매튜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만약 증거가 있다면 OPCW와 안보리에 보내야만 한다”며 “말레이시아가 일단 증거를 보내기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유엔 주재 일본 대사도 “말레이시아가 분명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정확한 증거를 OPCW에 제출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WMD 사용에 대해 규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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