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부산 대마도 수복군총사령부의 사령관실에서 김동일이 유상천에게 말했다.

“아베가 푸틴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유상천은 잠자코 시선만 주었다. 한국군 해병대 사령관 유상천은 이번 상륙작전의 지휘관이다. 휘하에 5개 상륙전단, 1만2000여 척의 군소 선박, 그리고 51만50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출동하는 것이다. 전투복 차림의 유상천은 해군 대장이며 이번 작전에 37명의 장군을 이끌고 갈 것이었다.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엄포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돼요. 그래야 함부로 까불지 못하는 겁니다.”

그때 유상천이 머리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이때는 ‘지당하신’이란 표현이 맞겠지만 유상천은 허식을 싫어하는 성품이다. 김동일의 표현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방 안에는 상륙군의 고위급 지휘관 7명이 모여 있었는데 조금 열기 띤 분위기다. 중국을 통한 일본 측의 제의에 이어서 한국 측의 반응을 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조정안이 전해진 상황이다. 즉 한국 측의 기세에 일본이 밀리고 있다는 증거와 같다. 그때 김동일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내 부친께서 자주 말씀하셨소. 중국을 믿지 말라는 말씀이오. 절대로 우리 노선을 위해서 희생할 인간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소.”

유상천의 다부진 얼굴이 굳어졌다. 죽은 김정일이 유훈을 내려 주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통치술은 물론이고 대외관계에 대한 지침을 전해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지금 김동일이 털어놓고 있는가?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6·25 때 중공군이 우리를 도운 것도 북조선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소.”

“…….”

“임진왜란 때와 비슷한 경우라고 말씀하셨소. 그때 명나라 군사가 내려오지 않았으면 왜군이 명나라까지 들어갔을 테니까요.”

“…….”

“6·25 때도 놔두었다면 할아버지를 쫓아서 미군이 중국땅까지 들어갔을 것이라고 하셨소. 그래서 중국군이 내려온 것이오.”

심호흡을 한 김동일이 장군들을 둘러보았다. 7명 중 5명이 북한군 장성이다.

“북조선 출신 지휘관들은 잘 알겠구먼.”

김동일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북조선 곳곳에 중국 첩자들을 심어놓고 남조선과의 연합을 방해해왔지요. 신의주특구가 성공하자 쿠데타를 기도한 적도 있지 않소?”

어깨를 편 김동일의 눈빛이 강해졌다.

“이번에 우리 대통령께서 시 주석을 만나 대일(對日) 연합전선을 펼쳤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이오. 아베가 시 주석을 통해 제의해온 것을 보시오.”

그렇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이 끊임없이 한국을 침략하고 식민지로 삼았다고 성토하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는가? 왕조가 바뀔 때마다 한반도의 한민족에게 어떻게 대해 왔는가?

그때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사대주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소. 아버지는 친일파보다 사대주의에 빠진 도당들이 더 위험한 반동들이라고 하셨소. 그래서 우리는…….”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김동일이 긴 숨을 뱉었다.

“강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요.”

유상천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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