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市政)의 기준을 시민 편익과 공공질서 아닌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신고 없이 천막 40여 개를 세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 권영해 대표 등 7명에 대해 집시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 등을 이유로 지난 28일 남대문경찰서에 형사 고발한 것은 형평성을 현저하게 잃은 처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1일 들어선 서울광장 천막에 앞서, 2014년 7월 14일 불법(不法) 설치된 지 2년 반(半)도 넘은 광화문광장 천막부터 고발했어야 마땅한데도, 이에 대해선 되레 더 감싸기까지 했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은 단순 무단 점유인 반면, 서울광장의 탄핵 반대 천막은 극단적인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서울시 주장은 궤변일 뿐이다. 3개로 시작해 현재 70여 개로 늘어난 광화문광장의 천막은 갈등을 훨씬 더 오래 유발·확대해온 셈이다. 또한 탄핵 주장 단체의 천막들도 버젓이 서 있다. 불법의 장기간 지속을 사실상 방조하면서 “행정계도나 변상금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는 말로 둘러대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박 시장은 1일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해 “탄핵이 완수되고 온전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날까지 한 치 빈틈 없이 광장을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연설까지 했다. 물론 서울광장 천막도 철거돼야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공언이 앞뒤라도 맞으려면 광화문광장 불법 천막을 더는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이 또 다른 불법을 낳고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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