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정치’의 明暗 - 暗 ‘또 하나의 패권정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반문질’이라는 용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반문질’은 당내 대선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반대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말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20대 더민주(민주당) 의원들 반문질 정리와 통계’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반문질 참여 의원은 민주당 의원 121명 중 62명(51%)으로 19대 국회 123명 중 76명(62%)보다 비율이 줄었다는 통계까지 제시됐다. 문 전 대표가 반대한 대선 전 개헌 등을 주장한 의원 모임 등에 참여한 의원은 모두 반문질 의원으로 지목됐고, 문 전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았다.

SNS를 통한 정치가 일상화되고 그 결과로 나타난 정치인 ‘팬덤’(열성 팬) 현상은 정치인들에게 문자 폭탄이라는 공포를 가져다주고 있다. 문자 폭탄을 받은 의원들은 “패권 정치의 한 단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삐뚤어진 ‘팬심’과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유력 정치인들이 정치 문화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당내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의원 모임’에 참석했다가 문자 폭탄을 받았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 추진의 필요성을 제기한 의원들을 마치 정권교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권력에 눈먼 인간 말종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폄훼하는 왜곡성 문자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모임에서 발표한 성명서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모임에 참석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러한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그는 반문질 의원으로 낙인 찍혔다.

의원들은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매우 조직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똑같은 발신자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동시에 의원들에게 보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 1월 민주당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 때 본회의 시간에 누드 사진이 포함된 문자를 받기도 했다. 본회의 시간에 누드 사진을 열람하는 의원으로 사진기자들에게 포착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오전 3~4시에 혐오스러운 문자와 욕설이 섞인 전화를 받기도 한다.

범여권에서도 문자 폭탄에 대한 공포심을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바른정당 의원들이 집중적인 문자를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저의 휴대전화에 읽지 않은 문자가 2만7400개 정도라 문자 앱 작동이 잘 안 된다”며 “악플(악성 댓글)보다 10배는 심한 욕설도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자를 집중적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문 전 대표와 박 대통령 지지자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하면서 사실은 그들의 지지에 기대고 있고, 결국 이것이 자신들만 옳다는 ‘패권주의’ 행태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장병철·박세희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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