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성과주의와 나는 할 수 있다는 명령 아래 스스로 착취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피로사회’가 열렬한 반응을 얻은 뒤, 그의 책은 1년에 한두 권씩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와 문명, 특히 디지털과 신자유주의 문명을 깊이 있게 분석하면서도 난해한 철학책과 달리 집중해 읽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지적 타격을 받을 정도의 난이도를 유지하는 긴장감이 그의 책의 아름다운 미덕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강렬하게 전하는 문학적 문장도 그의 책을 다르게 만들죠.
이런 이유로 ‘피로사회’는 이제까지 13만 부가량 나갔고, 모든 것을 드러내는 투명사회는 새로운 통제사회라고 분석한 ‘투명사회’, 이런 시대에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 ‘에로스의 종말’은 3만 부, 그 밖의 책들도 1만, 2만 부 정도 판매됐습니다. 좋은 책은 시대를 탓하지 않습니다.
‘타자의 추방’은 ‘타자가 존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라는 첫 문장이 말하듯 타자의 소멸 현상을 파헤칩니다. 모든 것이 소통되는 디지털 시대엔 차이와 다름, 부정성이 사라지고 균질화된 긍정만 남게 됐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상징하듯 우리는 이제 낯선 자와 다른 생각은 스쳐 지나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발견하게 됩니다. 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모든 것을 교환하고 비교할 수 있는 것, 즉 같은 것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미의 소멸을 낳습니다. 차이, 다름, 개성,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 나는 듯하지만 그저 균질화된 세상에서 소비되는 잡다함에 지나지 않고 사람들이 갈구하는 진정성도 자신을 광고하는 나르시시즘적 자기애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런 시대, 한병철의 결론은 ‘타자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입니다. 나와 전혀 다른 낯선 존재, 타자와의 마주침을 통해 나를 완성할 수 있고 세계 또한 낯선 세계와의 부딪힘 속에서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는 시간 혁명을 요구합니다. “미래의 사회는 (타자의 말을) 경청하고 귀 기울이는 자들의 사회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혀 다른 시간이 시작되게 하는 시간 혁명이다.”
그렇다면 그런 시간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요. 실은 이런 불편한 혁명을 이야기하는 한병철의 책이야말로 낯선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깊이 있는 타자와의 마주침, 경청,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시간 혁명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타자의 추방’이라는 타자와의 대화 어떠신지요.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