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험을 통해 목격했던 사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요양병원 중 상당수가 치매 환자를 다루는 무기는 강력한 진정제와 수면제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소란을 일으키는 치매 환자는 중요한 고객이자 골칫거리다. 치매의 병증은 되돌릴 수 없으니 다른 이들이나마 편안하게 하려면 치매 환자는 진정시키고 재워야 하는 대상일 따름이다. 환자의 존엄 따위는 요양병원에서는 고려 밖의 일일 따름이다.
국가는 이미 생존권에 속하는 노인 환자의 간병 문제를 서비스산업의 영역으로 밀어놓고 민간에 위탁하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자본들이 간병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치매 환자의 간병은 이익으로 움직이는 사업이 됐다. 모든 것은 옵션이 추가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고 모든 수고를 돈으로 살 수밖에 없는 서비스 제공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다.
이 책은 같은 상황을 앞서 겪고 있는 일본에서 간병 전문가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치매 환자 간병에 대한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과 새로운 시도, 그리고 지역사회의 기부와 봉사를 바탕으로 치매 환자들의 자유로운 삶을 담보하는 간병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체제로 구축해가려는 시도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 간병전문가와 그와 의기투합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치매 노인들의 재가 복지시설 ‘다쿠로쇼 요리아이(宅老所 寄合)’가 있다. 이 시설에서는 치매 노인들을 가둬두거나 억압하지 않고, 마치 친근한 가정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생활한다.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환자를 가둬두거나 묶어놓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는 스스로 해결방안을 강구한다. 부족한 비용은 가족의 치매를 경험했던 이들이나, 노후를 걱정하는 이들로부터 기부와 봉사활동, 직원들의 헌신적인 바자회 등으로 메워나간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다쿠로쇼 요리아이가 증명해 보이려는 것은 ‘치매에 걸려도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치매 세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풍요롭고 유머러스한 삶의 얘기가 듬뿍 담겨 있다.
이 책을 쓴 이는 순전히 책 저자 섭외를 위해서 우연찮게 다쿠로쇼 요리아이에 발을 들여놓게 된 프리랜서 잡지편집자. 그는 다쿠로쇼 요리아이를 이끌고 있는 이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들과의 친밀감으로 자연스럽게 시설 봉사에 합류하게 됐다.
중증 치매를 앓으면서도 요양소 입소를 거부하던 여장부 치매 할머니와 간병 전문가와의 가벼운 차 모임에서 처음 출발했던 ‘다쿠로쇼 요리아이’가 지역의 치매 환자를 돌보는 주간 복지시설로, 2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아 훌륭한 요양시설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봤던 그는 이 책에서 맨주먹으로 출발해서 돈을 모으고, 땅을 사고, 주민의 동의를 얻어 시설을 짓기까지 25년간 분투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모하지만 절실하고, 눈물겹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저자의 유머와 잘 비벼져 있다.
이 책이 제기하는 궁극의 질문은 이렇다. “늙으면 우리는 누구나 ‘방해가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치매에 걸린 사람을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회는 언젠가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쓸모가 없어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국력을 떨어뜨리는 밥도둑으로…. 그렇게 되면 자기는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다. 어디 눈에 안 띄는 곳으로 보내지고 모습을 감추는 것이 자손을 위한, 나아가 국가를 위한 일이 되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늙음’은 어떤 것일까. 치매에 걸렸다고 집과 이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쫓듯 노인을 시설에 보낸 뒤 마음 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런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우리는 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일까. 유쾌하게 써내려간 일본의 치매 요양시설의 성공담을 그저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없는 까닭은 이런 생각들 때문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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