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선보인 크라이슬러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저자는 자율주행차로 인간은 운전대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선보인 크라이슬러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저자는 자율주행차로 인간은 운전대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 /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지음, 김세나 옮김 / 미래의창

“자동차산업은 과거 50년보다 향후 5년 동안 더 크게 변화될 것입니다.” 서두에 실린 제너럴모터스(GM) 여성 CEO 메리 베라의 말처럼 현재 세계 자동차업계는 역사상 가장 숨가쁜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130년간 변함없이 차의 심장이었던 내연기관이 종말을 맞고 차 스스로 달리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카셰어링 등 공유경제를 둘러싼 산업 간, 기업 간 셈법도 복잡하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주범 폭스바겐은 살아남을지,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는 어떤 미래를 맞을지 불확실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다. 개인의 궁금증을 넘어 고용, 수출의 10% 이상을 자동차가 차지하는 한국의 경우 미래 자동차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지는 경제 전반을 뿌리째 뒤흔들 중요 이슈다.

세계 최고 자동차 전문가의 한 명으로 ‘자동차 업계의 교황’으로도 불리는 저자는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숱한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책의 출발점은 인류에게 차가 필요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차를 탈 것이라는 점이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인들이 연간 5000만 대 이상 차를 사고 북미·서유럽·일본의 교체 수요는 3500만 대에 이른다. 74억 명이 사는 이머징 마켓 수요까지 감안하면 이론상 세계 승용차 시장은 지금보다 4배 더 커진다는 계산은 꽤나 설득력 있다.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밝지만 지난 50년간 성공을 구가해온 자동차기업들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고 높아진 환경 규제, 중국의 부상, 잦아진 리콜(결함시정) 등 곳곳이 위험투성이다. 오펠, 포르쉐 등에서 일한 바 있는 저자는 먼저 독일차의 자긍심이었던 디젤엔진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커다란 위험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래성 없는 기술에 여전히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가 내연기관 대체 후보를 두고 연료전지차(FC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EV) 간 벌이는 3파전에서 저자는 전기차의 손을 들어준다. 연료전지차는 너무 비싸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거의 없는 반면 테슬라를 필두로 한 전기차 진영은 주행거리 500㎞를 달성하고 발 빠른 충전시스템 확충, 배터리 기술 발전, 낮은 수리비 등으로 주도권을 잡는다는 예언이다.

자율주행차 도래를 우려하는 일부 시각과 달리 저자는 로봇 자동차 시대를 적극 반긴다. 인간이야말로 자동차 운전에 있어 최대 위험요소이고 인공지능(AI)이 더 안전한 차를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운전대에서 해방되면서 얻게 되는 여유 시간 역시 자율주행차 시대 도래를 가져올 핵심 요소다. 비행기 일등석과 이코노미석의 차이를 예로 들며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차의 성능, 외관 등이 아니라 실내 인테리어가 프리미엄차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흥미롭다.

공유경제와 자동차 영업방식의 변화를 주도할 시장으로 저자는 중국을 주목한다.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큰 시장 규모, 모바일 인터넷 열기 등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적 입지라는 시각은 설득력을 갖는다. 여전히 오프라인 위주인 자동차 영업 방식이 빠르게 인터넷에 의존할 것이라는 지적 역시 최근 알리바바와 손잡은 중국 상하이차나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한 테슬라 사례로 설명된다.

아쉬운 점은 독일을 무대로 활동해 온 저자의 시각에서 미래 자동차산업을 진단한 탓에 일본차와 한국차에 대한 내용이 다소 빈약하고 평가도 인색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모빌리티 세상의 승자와 패자를 전망하며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3사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친환경차 판매 1위이자 자율주행 특허 최다 보유기업인 토요타와 현대·기아차 등을 낮게 평가함으로써 편향을 드러냈다. 일본 기업 혼다를 아예 ‘패자’로 평가한 것도 이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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