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건양대 석좌교수, 前 교육부 차관

요즘 대선 주자들이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느니 학제를 개편한다느니 하는 교육 공약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현행 초·중·고 6-3-3학제를 유·초·중등·진로탐색학교(또는 직업학교)로 이어지는 2-5-5-2학제로 바꾸자는 학제 개편을 제안했다. 또,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세로 낮추고, 3세부터 2년간의 유치원 과정을 공교육화하자고 했다. 현재 우리 교육이 입시 위주에 매몰돼 창의교육도 인성교육도 적성교육도 안 된다면서 학제 개편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주장처럼 학제 개편은 입시교육 해방, 창의성 교육, 사교육비 경감, 교육기회 균등 제공 등을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대 화두가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그 기술의 융합이 초래할 미래사회의 혁명적 변화’라면 교육 혁신의 핵심도 학제 개편이 아니라,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 방법의 혁신이다. 진로 탐색이나 직업준비교육도 학제 개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학생들의 사고와 학습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 방법에 있기 때문이다.

학제 개편이 초래할 막대한 예산 소요(한국교육개발원 추산 약 14조8000억 원), 교원 수급·양성 문제, 교육시설 증설·재배치, 교육 현장의 혼란 등 교육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너무 커 현실성이 없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초등학교 과정 1년 단축, 이명박정부는 초등 입학연령 1년 하향 조정, 박근혜정부는 초·중학교 과정을 1년씩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모두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세로 낮추고, 3세부터 2년 동안의 유치원 과정을 공교육화하자는 제안은 시간을 두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개편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국가교육위원회에는 교사, 학부모,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10년 계획을 합의하고, 여기서 결정된 정책을 교육지원처가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럴듯한 주장 같지만, 진단과 처방 모두 잘못됐다. 교육정책의 ‘조변석개’도, 학교와 교육기관의 자율성 침해도 최고의 교육전문가로 이뤄진 방대한 조직을 가진 교육부에 자율·재량권을 주지 않고, 청와대가 교육정책 전반을 일방적으로 지시·간섭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교육부를 폐지하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 창의적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고 책임지도록 하라. 그것이 교육부를 혁신하는 지름길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제안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부를 존속시키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되 그 성격과 기능을 달리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가 국가의 교육체제, 교육제도, 교육정책을 교육의 본질, 인간 발달의 특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 선행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계·입안하도록 하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정부가 입안한 교육정책을 초정권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심의하며, 개선을 권고하고, 교육정책 연구도 수행·제안할 수 있는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설립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

우리나라 교육은 그동안 일궈낸 우수성과 획기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문제점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역대 정권이 추진한 교육정책의 누적된 실패와 섣부른 과욕 때문이다. 어떤 교육 제도나 정책이든 역사를 통해 이미 다 검증됐다.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입안 또는 도입할 때 비전문가가 주도하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계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대선 주자들은 섣부른 교육 공약을 조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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