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출근하는 차량 뒤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출근하는 차량 뒤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憲裁 ‘탄핵소추사유’ 끝장토론… 7일 선고일 공표 유력

崔 국정개입 허용범위따라 ‘대통령 의무 위반’ 적용 달라
재단출연금 강요냐 자발적 참여냐 … ‘뇌물죄’ 해석 주목
세월호 ‘생명권보호의무 위반’ 법률적 책임 규정 첫 사례
탄핵소추의결 적법성·8人 체제 위헌성 논란도 법리 검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재판관회의(평의)에 돌입하며 ‘선고 초읽기’에 돌입했다. 탄핵 소추 사유별 쟁점을 정리하고, 앞으로 평의(評議)를 어떻게 이끌지 논의한 헌재 전원합의부는 3일부터 매일 ‘종일 끝장 토론’을 이어갈 방침이다. 평의는 주심 강일원 재판관이 쟁점별로 검토한 내용을 요약 발표하면, 나머지 재판관들이 각자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전례에 따라 오는 7일쯤 선고 날짜가 공표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주권주의 위반’ 최대 탄핵 사유 = 일단 국회에서 정리한 5개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해 하나하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될 소추 사유는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과 ‘대통령의 권한 남용’ 부분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변론 과정에서도 가장 많은 증인 신문과 기록 검토 등이 이뤄진 부분이다. 특히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대통령 연설문 유출 사건’과 연관된 탄핵 사유이자,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아 행사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가장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어디까지, 어떻게 허용했느냐에 대해 국회 측은 “적극적·능동적으로 허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통령 측은 “국정 개입이나 인사 개입 사실은 없고, 일부 연설문 표현만 수정했다”며 소극적 허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헌재가 국민주권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검찰·특검 수사 직결된 ‘대통령 권한 남용’= 대통령의 권한 남용 부분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도 평의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부분은 검찰·특별검사 수사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애초 5개 탄핵 소추 사유 중 하나였던 ‘뇌물죄 등 형사법 위반’ 부분이 하위 범주로 들어간 데다가, ‘문화예술계 인사 약 1만 명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시’ 부분도 추가돼 가장 복잡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 부분과 공무원 임면권 남용, 최순실 씨 등에 대한 특혜 제공 등이 그 안에서도 주요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이 부분은 오는 6일 발표가 예정된 특검의 수사 결과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재판관들이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국회 측은 “최 씨의 사익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자의적으로 임면하고, 대기업들에 재단 출연금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설립됐으며, 이를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도 없으므로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뇌물 수수’ 부분은 국회 측이 쟁점을 재정리하며 ‘대통령 권한 남용’ 부분에 넣었는데, 이를 두고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안을 수정하려면 국회의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며 절차상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 측은 단순한 순서 정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대통령의 법률적 책임’ 논쟁 =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을 두고 제기된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도 재판관들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다.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대통령의 법률적 책임을 규정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측은 “지휘 총책임자로서 ‘현장 상황 파악 노력’ ‘사고 후 대응 및 지시’ 등 모든 부분이 미흡했다”며, 국민에 대한 ‘총체적 배임 행위’라고 규정했다. 반면 대통령 측은 “상황 파악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다”는 논리로 맞서는 동시에 “대형 사건·사고에 대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조선시대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국회 내에서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만큼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언론의 자유 침해’ 부분도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인데, 청와대의 언론 개입이 ‘어느 정도의 구체성과 적극성을 가질 때’ 언론 탄압에 해당하는지가 재판관의 의견으로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장외 쟁점으로 ‘절차·공정성 문제’도 논란 = 탄핵 소추 사유 외의 ‘장외 쟁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지켜졌는지와 증인신문 채택·취소 등 재판 진행 절차가 공정했는지는 물론 전원합의부 스스로 ‘8인의 전원합의부’ 탄핵 심판이 위헌 사유가 될 수 있는지 등을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유에 대해 심판 과정에서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비공개 평의에 들어가면 일부 재판관 가운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 절차·공정성 등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만큼, 이에 반박하기 위한 논리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부분이 탄핵 소추 사유는 아니었지만, 재판관 소수 의견으로 기재된 바 있다. 박 대통령 측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만큼, 탄핵 심판의 절차와 헌재 구성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법적 검토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 경우 재판관별로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지, ‘소수 의견’은 누가, 어떤 내용으로 개진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 안팎에 따르면 평의는 변론기일보다 더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변론기일에서 있었던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의 대립보다 평의가 훨씬 더 극적일 것”이라며 “인용·기각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치밀한 법적 논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재판관 하나하나가 여러 논리를 다 생각해보고 다퉈봐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매우 치밀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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