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사흘 앞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파쇄 자료들을 정리해 트럭에 싣고 있다.
특검에 사건 처리 넘겼는데 의혹만 커진 채 다시 돌아와
金총장 등 禹와 통화 드러나 국민들 ‘엄정한 수사’ 요구 공수처·수사권 논의도 곤혹
검찰이 시험대에 올랐다. 검찰이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에 대해 팔짱을 끼고 있다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사건을 떠넘기는 선택을 했는데, 특검도 수사에 실패하고 의혹만 눈덩이처럼 키운 채 도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 전 수석이 자신과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김수남 검찰총장, 김주현 대검차장과 통화하고,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법무부 핵심 간부와도 수시로 통화한 정황이 드러난 점은 검찰의 ‘운신의 폭’을 극도로 좁혔다.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검찰 수뇌부가 연루된 우 전 수석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의 눈초리에 대해 ‘제 살을 도려낸’ 엄정한 수사 결과로 ‘제 식구 감싸기’ 등 더는 조직보호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만만치 않은 수사가 특검에서 넘어왔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 3일 오후 검찰로 이첩되는 우 전 수석 사건은 그의 범죄혐의에만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검찰 수뇌부에 더해 법무부·국가정보원까지 칼날을 휘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 특검팀 등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자신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인 지난해 7~10월 김수남 총장과 2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이 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건 횟수도 6차례나 된다고 한다. 그는 또 이 시기 김주현 대검차장과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인사·출장과 관련한 통상적인 전화로, 우 전 수석이 먼저 걸어왔다”며 “김 총장이 전화를 건 기록이 있는 것은 전화가 걸려오면 회의 참석 등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문자를 보내거나 콜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시기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우 전 수석 및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1000차례 이상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 전 수석은 특검 수사 기간에는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검사 출신 최윤수 국정원 2차장과도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성격’에 더해 검찰이 처한 ‘대외 환경’도 검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주요 대권 주자들이 나서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거나 경찰에게 수사권을 일부 넘겨주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권을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검찰의 힘이자, 최우선 방어 대상인 수사권 분리 논의가 검찰 입장에서 최악의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다. 이에 만약 검찰이 우 전 수석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차기 정부에서 우 전 수석 건이 검찰 개혁의 강력한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게 됐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바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특검이 넘겨 온 사건을 맡기기로 방침을 잠정적으로 정했다가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새로운 수사팀을 구성하거나,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