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스타 언니·오빠 ’의 변신
시트콤부터 코믹극·예능까지
옛 청춘스타들의 새로운 도전
친근한 이미지로 제2 전성기
차인표 ‘찌질’ 통닭집 사장 열연
고소영 코미디도전 … 억척녀役
정우성 ‘무도’ 출연해 막춤 춰
그들은 한때 ‘잘나가는’ 오빠, 언니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경의 대상이자 신세대의 아이콘이었다.
시간이 흘러 중년으로 접어든 그들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보다 ‘배우’에 방점을 찍으며 대중과는 더 가까워졌다.
특정 스타 한 명을 가리키는 얘기는 아니다. 20대부터 활동을 시작해 들불처럼 번지던 인기를 경험한 스타들이 세월의 무게를 유머와 해학으로 풀어가는 건 일종의 공식이다. 차인표·정우성(오른쪽 사진)·고소영(왼쪽), 그들이 코믹 연기에 도전하고 예능에 등장할 것이라고 20년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시트콤부터 코믹극까지 = 시트콤(situation comedy)은 각잡힌 배우들에게 ‘놀아보라’고 멍석을 깔아줬다. ‘오박사네 사람들’의 오지명을 시작으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노주현,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등은 한때 카리스마와 젠틀함으로 점철된 배우들이었다. 하지만 “(선우)용녀∼”를 외는 오지명과 “야동 나오라∼”고 집착하던 이순재 등은 기존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 성대모사나 놀림의 대상이 되면서 오히려 10∼20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입은 셈이다.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차인표는 드라마 ‘불꽃’ ‘대물’ ‘홍콩 익스프레스’ 등에서 재벌이나 정치인 같은 선굵은 캐릭터로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후 2012년 100부작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를 통해 한 차례 어깨에서 힘을 뺀 그는 최근 종방된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통닭집 사장 배삼도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새롭게 주목받았다. KBS 관계자는 “차인표는 이 드라마에 출연하며 ‘홍콩 익스프레스’의 명장면이었던 ‘분노의 칫솔질’ 장면을 패러디하기도 했다”며 “차인표라는 배우가 기존 이미지를 깨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주요 관전포인트였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대중 곁으로 돌아온 배우 고소영도 코미디를 선택했다. KBS 2TV 월화극 ‘완벽한 아내’에서 억척스러운 아줌마 심재복 역을 맡은 그는 자는 척하며 잠자리를 외면하는 남편에게 “그렇게 싫어? 나랑 하는 게?”라고 서럽게 말한다. 영화 ‘비트’의 로미, 드라마 ‘엄마의 바다’의 경서를 기억하는 팬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워할 만한 장면이다.
정작 여전히 ‘패셔니스타 ’이자 ‘워너비스타’인 고소영은 개의치 않고 이렇게 말한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새침하고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먹을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올해 마흔이 된 ‘아줌마’이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을 통한 공감대 형성 = 고소영과 ‘비트’와 ‘구미호’에 함께 출연하며 ‘청춘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정우성 역시 최근 다양한 이미지를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아수라’의 개봉을 앞두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예능감을 과시했다. 개그맨 정준하의 모습을 흉내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춤도 췄다. 조각 같은 외모가 풍기는 아우라는 여전하지만 능청스럽게 예능에 적응해 가는 그는 더 이상 반항아가 아니라 친근한 형이자 오빠다. 최근 개봉한 영화 ‘더 킹’에서는 1990년대 유행한 ‘버스 안에서’를 부르며 유흥을 즐기고, 후배 검사를 향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발차기를 날리는 모습 등으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폼생폼사’를 버리고 웃음을 통해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배우 차승원과 이서진은 각각 tvN 예능 ‘삼시세끼’와 ‘꽃보다 청춘’을 통해 ‘차줌마’와 ‘서지니’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 인기를 바탕으로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캐스팅되는 효과를 누렸다.
그들은 ‘잘 나이먹는 법’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을 청춘스타로 기억하며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유연하게 삶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웃음을 통해 기성 세대의 경직된 모습을 풀고 10∼20대에게도 어필하는 효과를 거둔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도 그들이 과감히 체통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코믹 연기=가볍다’는 편견이 줄어들었고, 건강한 웃음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결과 반드시 멋지지 않아도 CF시장까지 섭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 광고 에이전트 AE는 “세제를 비롯해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CF 광고주들은 유부남, 유부녀 모델을 선호한다”며 “한때는 청춘스타였으나 이제는 부모나 중견 배우가 된 그들은 팬들에게 동질감을 주는 동시에 또 다른 의미의 워너비스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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