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시내 전경. 상파울루는 항공기, 자동차 등을 비롯한 각종 현대적인 산업이 밀집해 있으며, 브라질증권선물거래소(BM&FBOVESPA S.A) 등 다수의 대형 은행이 소재한 중남미 및 브라질 경제금융의 중심지다.
상파울루 시내 전경. 상파울루는 항공기, 자동차 등을 비롯한 각종 현대적인 산업이 밀집해 있으며, 브라질증권선물거래소(BM&FBOVESPA S.A) 등 다수의 대형 은행이 소재한 중남미 및 브라질 경제금융의 중심지다.
홍영종 駐상파울루 총영사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Meu Pe de Laranja Lima)’는 브라질의 소설가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1920∼1984)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국내에서도 유명하며 3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브라질인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먼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잘 알려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을에 사는 ‘제제’라는 다섯 살 소년은 생각과 행동이 어른스럽고 씩씩하나 아버지가 직장을 잃게 되자 가난 속에서 아버지와 가족들로부터 많은 핍박과 학대를 받으며 지낸다. 또한 그 아이는 여러 가지 말썽을 부리는데, 이는 애정결핍과 가족들의 학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로운 ‘제제’는 ‘밍기뉴’라는 라임오렌지 나무와 친구가 되며 그 나무와 내면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또한 ‘제제’는 자신의 다친 발을 치료하게 해 준 계기로 포르투갈인 아저씨 ‘뽀르뚜가’에게 마음을 열고 우정을 나누며 그를 마음속의 진짜 아버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다정했던 ‘뽀르뚜가 아저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 ‘제제’는 이 가슴 아픈 상처를 통해 철이 들어 더 이상 말썽을 피우지 않는 성인이 되어 가고, 친구 ‘밍기뉴’도 꽃을 피우며 어른 라임 오렌지 나무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내용 속에도 드러나는 따뜻함과 인간미가 이 소설의 매력이다. 브라질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을 보낸 필자는 왜 이 브라질 소설이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마도 많은 한국 사람이 어린 시절 ‘제제’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 속에서도 꿈을 꾸었던 우리는 사실 가족, 친지 등 주변으로부터 많은 압박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현재 우리 청년 세대들은 과도한 경쟁, 만성적인 취업난 그리고 ‘삼포세대’로 통칭되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뽀르뚜가 아저씨’처럼 청년 세대의 아픔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한 시대이다.

얼마 전 상파울루를 방문한 한국의 모 대학 총장님과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대학 졸업생들이 국내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브라질과 같이 성장 잠재성이 풍부한 해외 국가로 진출하려고 해도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항상 곁에 두고 싶고 더 잘됐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자녀가 스스로 인생의 미래를 개척하러 떠나려는 그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성원해 주는 것이다. 특히 해외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젊은 시절에 보다 큰 세상을 경험하면서 넓은 시야를 갖게 돼 인생을 보다 폭넓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남미 최대국인 브라질, 그 중심인 이곳 상파울루에는 수많은 해외 다국적기업과 금융기관이 위치해 있다. 삼성, 현대 등 100개가 넘는 우리 기업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5만여 명의 교포사회도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상파울루 외곽으로 넘어가면 지평선이 보이는 커피, 오렌지를 재배하는 거대 농장들이 있다. 성실하고 적극적이고 도전정신이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얼마든지 이곳에서 꿈을 펼칠 기회가 있는 것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통해 독자들도 비록 아팠지만 가장 소중했던 시절의 기억과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또한 이역만리 브라질이 의외로 우리와 문화적·정서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홍영종(60)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독일 마르부르크대학 경제학 수학 △주프랑크푸르트 부영사 △주나미비아 2등서기관 △주영국 2등서기관 △주나고야 영사 △주스위스 참사관 △총무과장 △주미국 공사참사관 △여권관리관 △주두바이 총영사 △주상파울루 총영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