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화벌이’ 37명 체포
10일 對北 단교조치 논의
유엔 “외교관행 통해 해결”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인질 외교’까지 벌어지며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근로자들을 불법체류 혐의로 무더기 검거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의 불법 출국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오는 10일 북한과의 단교 조치까지 논의할 예정임에 따라 유엔은 북한과 말레이시아 양측에 외교적 관행에 따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8일 말레이시아 현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 이민국과 해양경찰은 전날 북한 근로자 37명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북한 근로자는 사라왁 주 쿠알라타타우 지역의 한 교량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유효한 취업허가증(워킹퍼밋) 없이 방문 비자를 이용해 현지에 체류하며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당국의 관계자는 “이민국 기록상 이들 북한 근로자는 워킹퍼밋을 신청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라왁 주에는 건설·철강·광산 등의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 170여 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확한 불법 체류 실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사례처럼 불법 근로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해외 근로자 파견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로 알려진 만큼 동남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삼은 북한의 외화벌이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날 말레이시아 국영통신 베르나마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북부 페를리스 주 이민국은 북한 국적자들이 당국의 허락 없이 출국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태국과의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드 아미르 오스만 페를리스 이민국장은 “내무부로부터 지침을 받고 경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남 암살사건을 둘러싸고 말레이시아와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은 7일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에 대한 출국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도 자국에 체류 중인 북한인에 대한 출국금지로 맞불을 놓았다. 상황이 격화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오는 10일 내각회의를 소집해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는 단교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리는 양측이 진정하고, 의견 차가 있다면 외교적 관행을 통해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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