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일 북한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 국민 전원의 출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사관 직원 3명, 그 가족 6명,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직원 2명 등 11명의 말레이시아인이 평양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특정 국가 국민을 몽땅 ‘인질’로 잡는, 현대 국가 관계에서는 전대미문의 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이번 인질극은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에 숨어 있다는 김정은 암살 관련자들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여 죄질이 더욱 나쁘다. 부득이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북한인 출국을 전면 금지하는 맞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인의 출국을 막으려면 개인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구체적 혐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반인도 아닌 외교관과 그 가족, 그리고 자국의 식량문제를 돕기 위해 온 국제기구 직원을 무단 억류했다는 것은, 선전포고를 위해 사신의 목을 베던 전근대적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야만적 행위다. 외교관 인질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나, 대부분 테러리스트나 반(反)정부 시위대에 의한 것이다. 국가가 인질극을 벌이는 것은 국제범죄 행위다. 국제사회는 국제법과 외교 관행에 대한 중대한 무시 및 위반을 유야무야 넘겨선 안 된다. 반드시 제재하고 국제사회에서 퇴출함으로써 이런 행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방치하면 기본적 외교 관계 및 국제질서의 근간까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개성공단이 유지되고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사드 전개를 계기로 한국인들을 인질로 잡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반발하며 2013년 3월엔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전면 금지했고, 2013년 4월엔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한 전과(前科)도 있다. 그런데 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즉각 재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의 정책이 김정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인질 사태를 벌일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김정은의 선의나 요행에 맡기자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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