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아낌없이 지갑 열며
‘그녀 경제’ 등 신조어 생겨
매년 3월8일은 中 ‘부녀절’
여성에게 축하의 말·선물
쇼핑몰 등선 “여신절 할인”
8일 오전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모여든 베이징(北京)의 전국인민대표대회 관련 기자회견장. 중국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시작한 기자회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첫마디는 “매해 전인대에서는 저에게 8일을 기자회견 날짜로 정해주고 있습니다.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여기 계신 여기자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분이 매일 즐겁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였다. 사실상 모두 발언 없이 시작한 기자 회견에서 이 인사말 이후 질문을 받고 회견을 시작했다. 중국은 이날을 ‘부녀절(婦女節)’이라 부르며 마치 서방의 풍속인 밸런타인데이처럼 주변의 여성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는 꽃이나 선물을 건넨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매해 3월 8일에 특별한 일을 하거나 특별한 인사를 주고받은 기억이 거의 없지만 중국에서는 이날 공식 활동을 하는 정부 관료들도 공식적으로 인사말을 할 정도다.
이뿐 아니라 3월 초부터 휴대전화로 각종 ‘할인 쿠폰’과 쇼핑 관련 메시지, 광고들이 넘쳐난다. 버스 정류장에도, 쇼핑몰에도 모두 ‘여신절(女神節)’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을 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원래 이름 ‘부녀절’보다 한층 높여서 ‘여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선물과 각종 판촉 문자들뿐 아니라 이날 오전이 되자 기자의 휴대전화는 지인들의 ‘여신의 날을 축하해’라는 문자 및 SNS 메시지가 폭발했다. 여기저기 단체 채팅방에서는 ‘훙바오(紅包·세뱃돈)’도 뿌려졌다. ‘여신전용’이라고 붙인 훙바오를 남성이 눌러서 받았다가 다시 ‘여신에게 돌려드리는 훙바오’라고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의류, 화장품 업계도 대목을 맞았다. 중국에서는 새로운 경제 현상 뒤에 ‘경제’를 붙여 ‘○○경제’라고 하는 신조어가 많다.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타징지(經濟)’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녀 경제’로, 여성의 소비력이 남성의 7배에 달한다. 특히 1980년대생 혹은 1990년대 출생한 젊은 여성들이 왕성한 소비력으로 내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스타일과 느낌을 중시하고 온라인 쇼핑이 많으며 품질을 중시한다는 점, 여행과 패션, 음식, 색다른 체험을 중시하는 서비스 시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중국 도시의 젊은 여성들은 “현대 중국 도시 여성들은 한 명, 한 명이 공주나 여왕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들은 ‘낭만 경제’의 주체이기도 하다. ‘낭만’이라는 테마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풍토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은 밸런타인데이에도 남성이 여성에게 꽃이나 선물을 준다. 결국 여성이 사거나, 여성을 위해서 남성이 사거나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주 대접’의 배경에는 극심한 성비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국인들 지인 모임에 가니 “그쪽 집도 아들이냐, 빨리 며느릿감을 찾아 놓아야 한다”고 대신 걱정들을 해 주었다. 과거 산아 제한 정책의 부작용으로 여성이 크게 부족하면서 짝을 찾지 못하는 노총각들이 지나치게 많다. 앞으로 30년 이내에 미혼 남성 수가 3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의 현대 여성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면에는 과거의 성차별적 역사가 있었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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