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오는 14∼15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미국의 정책 금리는 0.75∼1.00%로 상승한다. 6월쯤 한 번 더 인상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1.25%)와 같은 수준이 된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대개 금융 시장에서 자금 공급자가 수요자에게 돈을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받을 때 기준이 되는 이자율을 금리라고 한다. 세계 금융사를 돌아볼 때, 금융위기 또는 경제위기를 촉발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의 급격한 변화였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조성을 불러온 1980∼199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 금융사의 위기 뒤에는 대부분 급격한 금리 변동이 도사리고 있었다. 물론 1985년 플라자합의처럼 환율의 급변동이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내모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드물다.
미국의 금리 변동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아직도 미국이 세계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권 국가(Hegemon)’와 유사한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사에서 패권 국가가 금리를 급격하게 변동시킬 경우 크든 작든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가 별로 없다.
미국의 본격적인 정책 금리 인상을 목전에 둔 국내 상황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난장판 일보 직전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늦춰진 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비가 잘 되기는커녕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신용)는 1344조3000억 원이다. 2014년 말 1085조3000억 원에서 2015년 말 1203조1000억 원, 지난해 말 1344조3000억 원으로 2년 만에 259조 원(23.9%)이나 급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계 부채가 이렇게까지 급증한 것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장 이후 무분별하게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탓이 크다.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이 무분별한 이유는 부동산 규제 완화,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으면, 그 뒤 어느 시점에는 다시 규제를 조여주는 자기 완결적인 조치를 취해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그것을 하지 못한 채 방치했기 때문이다. 핑계야 많겠지만, 결국 참담한 정책 실패라는 사실에 대해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벌써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가계부채 탕감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든, 다음 정부에서든 국민 세금으로 가계 부채를 탕감하자고 나서는 공무원이 있으면, 반드시 그 사람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 부채 급증의 일차적 책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있다. 한은의 독립성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계 부채와 통화량 관리는 중앙은행 총재의 기본적인 권한이자 책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총재가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통화신용정책을 펼치는지, 또다시 국민 세금이 금융시스템에 투입되는 일은 없는지 국민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ha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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