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內 ‘정석대학’ 졸업식

10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사옥에서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회사 안에서 대학 졸업식이 열린 것이다. 한진그룹의 사내 대학인 정석대학은 ‘평생교육은 직장에서 이루어진다’는 한진그룹 교육 철학 아래 설립된 ‘국내 최초 학위인정 사내 기술대학’이다. 이날 졸업식에 참가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학업에 대한 여러분들의 남다른 열정 때문”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원천이 바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졸업생 여러분들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격려했다.

조 사장이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조중훈 창업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정석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을 축하하고 격려해왔다.

정석대학의 전신은 1988년 3월 설립된 한진산업대학이다. 조중훈 창업주는 많은 직원이 생계에 쫓겨 학업을 중단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1987년 9월 사내 대학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5600여 명에 달했던 고졸 직원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으며, 서로 입학하고자 경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당시만 해도 사회 재교육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시기고 사내 대학이란 개념 또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한진산업대학이 출범하자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고, 다른 기업들의 사내 대학 설립 붐을 주도했다. 특히 조중훈 창업주는 한진산업대학 졸업생들과 일반 대졸 직원들과의 차별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1991년 2월 한진산업대학 1회 졸업식 당시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오늘부터 우리 회사는 4년제 정규대학 졸업자와 조금의 차별도 없이 동등하게 대우하겠습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회사가 배출한 대학생을 우리가 대우해줘야 한다는 명백한 철학 아래 내려진 결정이었다.

조 창업주의 결정은 2대인 조 회장으로 이어졌고, 결국 1999년 교육부가 일정 요건을 갖춘 사내대학의 학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법안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한진산업대학은 1999년 4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총 242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같은 해 8월 교육부의 인증을 받은 정석대학이 정식으로 설립됐다.

정석대학은 일반대학 과정에 해당하는 ‘학사학위’(경영학과, 산업공학과, 항공시스템공학과)와 전문대학 과정에 해당하는 ‘전문학사학위’(항공시스템공학과) 등 4개 과정을 각각 2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전공 분야 모두 국내 유수 대학과 사내의 전문가로 구성된 교수진이 포진돼 있다. 각 학과의 교과목은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외국어 과목(영어, 중국어)과 정보기술(IT) 활용을 위한 OA(Office Automation)과목, 인문학 등으로 균형 편성된 ‘교양과목’, 실무능력 향상을 위해 일반대학과 동일한 전공 이론에 직무 관련 현장실무 과목을 균형 편성한 ‘전공과목’, 그리고 수학한 이론을 실무에 적용하여 문제점 파악 및 개선방안 도출을 통해 업무 효율을 향상시키는 ‘실무주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진그룹은 정석대학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국어 및 IT 활용 비중을 높이고, 현장 실무 과정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이론을 실무에 적용할 때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창의성 교육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3대인 조 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현재도 한진그룹은 정석대학에 다니는 직원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조 창업주의 교육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임원 경영능력 향상과정’(KEDP·Korean Air Executive Development Program)이다. 인재중시 경영철학에 따라 책임경영에 부응하는 경영마인드와 항공사 임원으로서의 자질향상을 위해 지난 2003년 개설돼, 업무에서 배제시켜 교육에만 전념시키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은 자연스레 정석대학 입학생 및 졸업자들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정석대학 졸업생들에게 특별 호봉 승급과 성적 우수자에 대한 승격 가점 부여 등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물론 학비도 전액 지원하고, 저녁 식사 비용까지도 지원하는 등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섬세히 보살피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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