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평가

권력틀어쥔 소수에 의한 정치
탄핵심판 이후 자리못잡을 듯
대통령 한명에 권력 집중되는
구체제 헌법도 사라질 가능성

정치인 검증의 중요성도 부각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은 ‘인치’에서 ‘법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그동안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 균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헌법이 제시한 정치 체제가 잘못 운영되고 있던 측면이 있었다”며 “권위주의적 정치문화를 청산하면서 진정한 민주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사후적으로 이뤄지던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처음으로 현직에서 이뤄졌다”며 “1987년 체제의 불안정한 민주화를 넘어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에 대한 심판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금까지의 국내 정치는 권력을 틀어쥔 소수의 의견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독단적 형태로 이뤄졌으며 그 인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세력을 형성해 왔다”며 “하지만 탄핵 심판을 계기로 이런 방식의 정치는 자리 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구체제 헌법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을 통해 ‘87년 체제 헌법’이 안고 있는 과도한 권력 집중 폐해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높아진 시민의식을 체험한 점은 소득으로 꼽혔다. 이 대표는 “자칫 폭력 선동으로 흐를 수도 있던 촛불집회가 다수 힘에 의해 평화롭게 진행됐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범답안이 어느 정도 제시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탄핵 이후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뼈 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탄핵 사태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에 대한 검증이 얼마나 중요하냐는 교훈을 남겼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인데, 이를 발판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장 정치에 편승하려 한 용기 없는 정치권의 모습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는 “광장 정치는 민심의 자연스러운 발화라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정치인들이 여기에 지나치게 기대려 한 점은 문제”라며 “탄핵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민에게 절차 설명, 설득 과정에 소홀하게 임하면서 분열에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장병철·이근평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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