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후 전망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본령 향하는 계기

투명한 정치 토대 마련됐지만
권한분산·연정 가능케 하는
제도적 개선 등이 선결 조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은 구시대적 정치 관행의 조종이자, 새로운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행진곡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적폐로 남아 있던 권위주의 민주주의가 막을 내리고 ‘촛불집회’로 표출된 진정한 시민민주주의 시대가 꽃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 사건을 겪으면서 극단적으로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잘 통합해 나간다면 보수 대 진보의 양극단 정치 구도, 이와 함께 양분된 국민의 대결 구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해 나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로 역사학자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10일 “그동안 군사정권, 독재정권, 무능정권이 이어지며 국민적 존경을 받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우리 정치를 이끌었다.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그런 부분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천명했지만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소수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가 독점되며 국정 농단 사태까지 이르렀으나, 이번 탄핵으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본령으로 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박정희 신화’를 등에 업었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데에도 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많았다. 탄핵 정국 속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상당수도 박정희 시대에 이룩한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를 이대로 망칠 순 없다고 분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정희 신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제도에 의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뤄지는 정치가 시작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탄핵 사건만으로 선진 민주주의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곧바로 마련될 순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정치 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 집권하면 ‘노무현 신화’가 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협치, 연정 등을 가능케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산업화 가치와 민주화 가치가 대립해 왔는데 왜 이 두 가지 가치가 대립해야 하나. 서로 얼마든지 수용이 가능하다”며 “이번 탄핵 사건이 두 가치가 함께 가는 시대적 화합의 계기로 승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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