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담당자에게 ‘책에 대한 오마주’로서의 책은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북리뷰도 결국 매주 내놓는 책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김대식 교수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관심을 피해갈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10대 때부터 그리스 비극 같은 고전을 독파해온 책벌레인 그가 책에 바치는 오마주.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소개하고 추천하는 책들의 길을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책은 책을 부릅니다.

그 길에는 20세기 도서관으로 불렸던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가 있습니다. 평생 “무한한 세계를 담은 절대적인 한 권’을 꿈꿨던 그는 우주를 정육각형 서가 형태의 무한한 반복이라고 은유했지요. 그의 삶과 그의 작품은 책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였습니다. 최근 출간된 벨기에 출신 작가 베르나르 키리니의 ‘아주 특별한 컬렉션’(문학동네)도 그런 계열의 책입니다. 실제로 그의 환상적이며 철학적인 작품은 보르헤스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컬렉션’에서 피에르 굴드라는 인물은 자기가 소장한 특별한 컬렉션들을 소개합니다. 이런 책들입니다. 쪽마다 줄마다 권태가 스며들어 도저히 끝까지 읽을 수 없는 극단적으로 지루한 책, 러시아 인형처럼 책 속에 다른 책들이 겹겹이 들어 있어 사람에 따라 수십 권, 수백 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다단식 책, 단정한 복장을 엄수하고 품격을 갖춰야만 읽을 수 있는 책,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책,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책, 작가 스스로 파기하고 흔적을 없애려 부인된 책, 작가가 그 속으로 들어가 책 속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무덤이 된 책 같은 신기한 컬렉션입니다. 책에 대한 상징과 은유들이죠.

굴드의 서가에는 이런 컬렉션도 있습니다. 전지 책. 전기나 전지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전구를 책 옆에 두면 불이 들어오게 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책이죠. 굴드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들이 너무 열렬히 책에 에너지를 불어넣다 보니 그 에너지가 책에 충전된 경우라고 합니다. 어떤 책은 빛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어떤 책은 열 에너지를 내기도 합니다. 굴드는 아직까지 소장 컬렉션의 에너지 생산량이 대단치 않지만 책 에너지로 파리 시내 전체를 밝힐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내가 꾸는 궁극의 꿈은 우리 집이 자체 에너지로 돌아가는 것이고 나아가 저의 천재적인 발견과 위대한 작가들의 시적인 힘으로 각 가정이 제가 선택한 작가들의 작품을 구비한 서재를 통해 집을 환히 밝히고 따스하게 하는 겁니다.” 사실 책은 눈에 보이는 전구의 빛을 밝히진 못하지만 우리 마음의 불을 밝히죠. 나와 우리를 밝히는 불. 어려운 시대일수록 그 불은 환하게 켜져야 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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